美 외교전략, 파키스탄에서도 질척거리네

군부에 민간얼굴 씌우려 했지만 뜻대로 안 돼

월요일(12일) 가택연금 상태인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 협상을 깨겠다고 선언했다. 부토 전 총리는 “우리는 헌법을 정지시키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변호사들을 탄압하고 있는 사람과 일을 할 수 없다”며 “더 이상 대화는 없다”라고 단절을 선언했다.

부토, 무샤라프 대통령에 날 세워

화요일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샤라프 자체가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장애”라며 무샤라프의 퇴진을 촉구했다.

부토 전 총리는 급진 이슬람정당 연합체 대표인 카지 후사인 아마드, 크리켓 스타 출신의 임란 칸 등에게 전화를 걸어 야권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부토 전 총리가 무샤라프 대통령과 날을 세우면서 다른 야권 인사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어, 파키스탄에서 전면적 충돌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토 전 총리의 숙적인 샤리프 전 총리도 무샤라프 퇴진에 대해 환영하며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하며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토 전 총리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국가비상사태 아래서는 어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비상사태는 총선이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13일 “비상사태가 언제 해제될지 모른다”고 답해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의 파키스탄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다.

군부에 민간얼굴 씌우려 했지만 뜻대로 안 돼

부토 총리의 귀국은 사실상 파키스탄 군부와 거래를 주선했던 미국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고 있는 석유의 절반과 다른 전략 물자들을 파키스탄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아울러 파키스탄은 지리적으로 이란과도 인접해있다. 최근 3차 세계대전 발언 등 이란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에게 파키스탄은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미국은 망명해 있던 부토 전 총리와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 거래를 주선했다. 파키스탄 군부의 얼굴에 민간의 얼굴을 덧씌워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국을 안정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 거래에 따라 부토 전 총리는 지난 10월 18일 파키스탄으로 귀국했다.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 전 총리와의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일방적인 국가비상사태선포는 부토 전 총리가 입장전환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美, ‘1월 총선 전 국가비상사태 철회’ 설득 나서

이번 주말 존 니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주 말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존 니그로폰테 부장관은 1월 초 총선이 진행되기 이전에 국가비상사태를 조기에 해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조기해제하고 가택연금을 해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9일 존 볼턴 UN주재 미 대사는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핵의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무샤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국의 의도대로 파키스탄의 정정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취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뉴욕 타임즈는 13일 부시 행정부의 익명의 관리의 말을 인용해 “무샤라프 장군과 부토에게 점점 더 실망해가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조용히 무샤라프 장군의 고위급 간부가 그에 대해 차가워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우리는 그저 모든 관련된 세력들과 계속 타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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