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이지만 교육정책 검증은 실종된 상태이다. 더구나 교육대통령이라 자임하던 대선후보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단순히 BBK사건의 관객으로 평가절하 시키고 있다. 불행히도 교육현안들은 지체된 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므로 교육운동가로서는 달라질 것이 별로 없는 대선이다. 대선이후 지금보다 더 힘든 시간이 오겠지만 그대로 온몸으로 부딪혀가야 한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다.
운동가로서 문화연대 사이버정치 미끄럼틀 <한 장의 정치>에서 하고 싶은 말, 개선해야할 정책이 어찌 한 두 가지 이겠는가마는 오늘은 세간에 많이 알려진 주장이외에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정책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주민등록만 옮겨 오지 않았을 뿐이지 학교는 학생들의 주거지이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으로서 지식을 습득하고 감수성을 키우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며 체력단련에 이르기 까지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간인 것 이다. 어쩌면 학생들에게 학교는 집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학교는 그 기능과 미적인면에서 학생들의 비호감을 사고 있다. 최근 여타 상업적 건축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자체까지 공공건축 개선사업을 벌여 지자체의 문화회관, 주민자치 센타와 아파트 관리소까지 설계와 외형이 질적으로 도약하고 있는 현실에서 낙후된 학교시설의 설립과 운영은 고립된 섬처럼 존재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도소를 짓는데 드는 평당 건축단가가 400만원, 문화센타의 평당 건축비가 900만원을 넘는데 비해 학교를 짓는데 드는 평당 건축단가가 300만원수준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로 열악한지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게다가 학교의 색, 선, 면이 학생들의 감수성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기본인식도 없는데서 빚어진 시행착오도 만만치 않다. 내가 아는 사립고교의 경우 복도를 남향으로 내고 교실을 북쪽에 배치해 채광과 통풍에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된 원인이 재단 이사장의 선택과 기호의 결과였다 하니 학교건물에 대한 교육철학의 미숙함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등학교 중 사립의 비중이 55%인데 이러한 획일적인 건물과 문제투성이 하자가 양산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한국사회가 한번 마음먹으면 롤러코스터처럼 현기증 나게 바꾸니까 학교시설을 미적으로 아름답고 온기 있고 기능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대한 문화적 교육적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시설은 다음과 같은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한다.
공급자 차원의 최저 비용 기준을 바탕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 차원에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학교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한다.
학교의 규모를 소규모로 줄여야한다. 돌이켜 생각하면 후회되는 것이 있는데 김대중 정부 때 학급당 인원수를 35명으로 줄인다고 학교의 빈 공간에다가 마구 교실을 증축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기존 학교건물에 잇대어 증축할 것이 아니라 운동장대신 체육관을 쓰더라도 작은 학교들을 새롭게 만들어야했다. 그렇게 해서 거대학교들을 작게 쪼갰으면 좋았을 뻔 했다.
BTL사업을 재고해야한다. 정부는 최근 BTL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BTL사업이란 부족한 정부 교육예산을 메우기 위해 민간자본을 끌어 들이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정부는 학교시설을 증 개축할 때까지 BTL사업을 의무화시키고 각 시도교육청이 적극 도입하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 제도를 “쓰레기 같은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학교를 교육 이외의 목적에서 활용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들-부산대 지하 복합 상업시설 공간 화원광장 사례 등 BTL 사업 결과 학생이 단순 소비자로 전락하고 수익을 우선시 하여 가격이 인상되는 등 교육시설의 공공성이 심하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학교는 아름답고 온기 있고 기능적으로 지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단순히 구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심화되고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올바른 경로를 파악해 개입하고 틈새내고 바꾸어 나가는 실천이 우리에게 남았다. 자, 함께 걸어갈 준비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