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와 민주자료관이 공동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서복경 전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명박 ‘신보수정권’ 등장, 대중의 보수화 아니다”
조희연 교수는 이명박정부를 ‘신보수정권’으로 규정하며 “과거 ‘안보형 보수’와 구별되는 ‘시장형 보수’ 혹은 ‘신자유주의적 보수’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보수는 구보수의 핵심인 ‘개발주의’와 ‘성장주의’를 ‘신개발주의’ 혹은 ‘신성장주의’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 “과거에는 취약한 자본을 위해 국가 개입주의적 방식을 택하는 ‘원시적 축적’의 친기업주의였다면, 이제 자본이 스스로 시민사회를 통제하고 국가의 지원 없이도 글로벌 경영을 추구할 수 있는 단계의 친기업주의를 구현하려는 것”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신보수 정부는 부패, (잠재적인) 신권위주의, 불도적인 개발주의 등과 같은 구 보수의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낼 개연성이 크다”면서 “신보수 후보의 승리 자체가 곧 민주화 과정에서의 대중들의 ‘보수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민주주의 확장, 투명성 증대, 사회경제적 삶의 보편적 증대와 같은 대중들의 진보적 요구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기 때문. 또 “시장자율, 탈규제를 주장하면서 대운하와 같은 거대한 국가적 토목사업으로 경제를 부양하는 ‘개입’ 국가를 추구하는 것은 괴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광일 교수는 조 교수의 ‘신보수’ 개념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신개발주의, 실용주의, 신성장주의는 ‘중도개혁주의정권’인 노무현정권을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며 “조 교수가 이야기하는 ‘신보수’와 중도 개혁주의 세력이 거의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보수가 구보수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되고, 오히려 이들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신보수가 아닌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분당’ 놓고 의견 엇갈려
조 교수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대해 “중도자유주의 정당의 변화와 혁신을 넘는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내 ‘기득권 권력집단’이 대대적인 양보를 하고 자기 헌신을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당내 다수파의 현상 유지적 입장은 당을 파괴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자주파를 비판했다. 당내 평등파에서 제기되는 ‘분당론’에 대해서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를 또 다른 극단주의로 왜곡 해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자주파와 종북주의, 친북주의를 동일시할 수 없다”면서 “분단 상황과 친미패권적 구조, 국보법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NL(자주파)적 정치의 소멸을 주장할 필요는 없으며, 이를 종북주의, 친북주의 등으로 규정짓는 것은 오히려 NL 내의 다양한 차이들을 억압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NL 대 PD 대립구도는 ‘NL적 PD’와 ‘PD적 NL’의 구도로 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석춘 원장도 “민주노동당의 ‘제2창당’이 분당으로 가는 창당이라면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자주의 가치와 평등의 가치가 전부 필요한 시대적 상황이라는 점에서 NL적 PD와 PD적 NL이 필요하다”고 조 교수의 입장에 동의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분당으로 가든 당 혁신으로 가든 ‘완고한 자주파’와는 분명히 단절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주파는 신자유주의 내에서 증폭되는 계급문제를 민족, 국가의 틀에 가두어 사고하고, 환경, 평화, 여성, 이주노동자, 소수자 문제 등에 접근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종북주의’는 북한의 정치엘리트들과 이념적인 일체감을 공유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당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행태이자, 진보의 가치와 내용을 자기화하지 못하는 ‘완고한 자주파’의 한계를 드러내 주는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분당론’에 대해서도 “왜 분당을 하려고 할까 생각해봐야 한다. 힘들지 않겠냐는 말을 던지는 게 아니라 왜 힘든데 그 사람들이 분당 얘기를 꺼냈을까 살펴봐야 한다”고 옹호 입장에 섰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자주파와 단절하고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한국사회당과 통합할 필요가 있으며, 제도정당 외곽의 좌파 세력도 이들 정당의 재편 움직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수 소장은 “전반적으로 이 교수의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동조하며 “NL적 PD나 PD적 NL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진보의 재구성이 해법이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비정규직을 포괄해내고 산별노조를 달성하는 것이 민주노동당 발전의 최소 요건이며, 적록 연대를 구축하고 사회연대전략을 더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