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3일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긴급 제언'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낮은 고용률 문제를 지적하면서, 고용률 제고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률을 끌어올리자는 내용을 ‘긴급 제언’을 했다.
제목은 그럴듯 하지만 주요 내용은 결국 노동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는) 고용률 저하의 원인과 대책을 모두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2007년 한국의 고용률(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 기준)은 63.9%로 3년 연속 0.1%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최근 6년간 63%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었고, 그 결과 “한국의 고용률은 OECD 30개국 회원국 중 21위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의 경우 "한국은 아직 노동시장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고용률이 낮고 다른 나라는 유연성이 높아 고용률도 높다는 것"이 주요 논리 이지만 반면 새사연은 "한국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거니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고용률을 높인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새사연은 그 동안 성장과 고용간의 연관성이 약해진 이유에 대해 △ 수출과 내수의 산업 선순환 단절로 인해 수출증가율은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용에 영향을 주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 △ 대기업 고용비중의 지속적 감소와 제조업 고용비중 감소 △ 서비스업의 영세성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노동의 진입과 퇴출의 반복 등 다면적인 원인이 있고 이들은 주로 신자유주의 정책과 연관된 항목들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임계선에 이르자 (삼성)보고서는 임금과 근로시간 유연화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삼성 보고서의 요지인 '다양한 시간제 근로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에 필요한 전제를 덧붙였다.
우선 시간제 근로를 원하지 않는 일반 노동자에게 기업주가 시간제 근로를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시간제 근로의 경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시간제 근로는 육아부담을 지고 있는 여성노동자가 아니라 다수 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저임금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노동시장이라는 근거다.
김병권 센터장은 "삼성경제연구소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직무급제 역시 대기업의 소수 고임금자에게만 해당될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제 근로는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세계적으로도 고용 문제의 핵심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아니라 ‘고용의 질’ 로 집중되고 있는데 (삼성보고서가) 왜 이 문제에는 침묵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