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 장관 내정자들의 재산과 약력이 공개됐다.
노동부 장관 내정자인 이영희 인하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된 71개의 통장예금 9억3400여 만원, 부인과 장녀 소유의 강남지역 오피스텔 세 채, 3억1800만 원과 7200만 원짜리 골프 회원권, 3976만 원짜리 콘도 회원권 등을 포함해 총 40억3천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장관 내정자 15명의 재산 평균인 39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치다.
1943년생인 이영희 내정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와 동 대학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고 86년부터 인하대학교 교수를 지내고 있다. 9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95년에는 여의도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으면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었다.
중도우파의 대표적 인물로써 선진국민연대 공동상임의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대선 캠페인을 벌여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이명박 측 유력인사로 분류된다. 법학자인 만큼, 노동문제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이명박 당선자와도 코드가 맞는다.
우원식 의원, "한국노총-경총 겸직, 노사관계 원칙없는 인식 증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측은 이영희 내정자가 한국노총 간부,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동법학회 이사, 경총 자문위원 등을 지낸 이력을 들어 "노동관련 정부위원 및 노사단체 자문위원 재직시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저술활동을 통해 노동문제에 관한 식견과 경력을 쌓아 온 전문가"로 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영희 내정자의 화려한(?) 경력이 되레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영희 내정자는 71년 한국노총 조직부 차장과 73년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쟁의부장을 역임한 후 83년부터 95년까지 12년 동안 한국노총 자문위원을 지냈다. 그런데 이 기간과 겹치는 87년부터 92년까지는 경총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81년부터 93년까지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도 활동했으니, 노사정 세 곳의 위원을 겸직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21일 낸 보도자료에서 "이 후보자의 한국노총과 경총 자문위원 겸직은 노사관계를 원칙없이 인식하고 있다는 대표적 증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한국노총과 경총만을 협력적 노사관계의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이명박 당선인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영희 내정자는 이와 별도로 배우자를 통한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축소한 의혹과, 62년 군 입대 후 1년 6개월만에 상병 귀휴했다는 이유로 병역 의혹에도 휘말렸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당시 학교를 휴학하고 군에 입영하여 현역에 복무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1년 6월의 복무 후 귀휴 조치토록 병역법에 규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