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참석한 여성들은 "10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계승하는 것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여성의 현실에 맞서 투쟁하고 연대하는 것"이라며 ‘광주시청 비정규직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여성선언’하였다.
기자회견 참가자 중 윤난실 씨는 "최근 광주시청이 보이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문화난장 및 1인시위 마저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박광태 시장과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타하였다. 또한 "100년 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해 싸웠던 것처럼, 원직복직 쟁취를 위해 1년여 싸움을 쉬지 않은 광주시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서 있는 바로 그곳이 여성해방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전남대학생들의 선언문 낭독에 이어 ‘광주시청 비정규직 원직복직과 여성해방’의 의지를 담은 여성선언 종이비행기를 시청사를 향해 힘껏 날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전문] 광주시청비정규직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여성선언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만5천여 여성노동자들이 살인적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여성도 인간이라고 외치며 끔찍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고자 용감하게 일어섰다. 이런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미국을 넘어 곳곳에서 이어졌고, 여성들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저항하고 연대했다. 이런 여성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기억하고자 3.8세계여성의날을 만들었다. 이날은 바로 전세계 여성들이 스스로 여성현실을 바꾸고자 투쟁하고, 연대를 다짐하는 날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2007년 3월8일, 세계여성의 날, 5.18정신계승 운운하며 여성의 인권과 평화를 내세우는 광주시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저 일만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숨줄 같은 일자리만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온몸으로 절규하던 여성노동자들이 광주시의 인권유린과 폭력 속에 길거리로 내쫓겼다. 모두들 광주시청사에서 청소용역으로 일하던 나이 50,60의 여성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일하는 곳에서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싶었고, 걸핏하면 들먹이는 해고 위협 속에서 살아남고자 노동조합을 만들어 뭉쳤다. 그런데 노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이 권리가 오히려 이들을 정든 일터에서 쫓아낸 이유가 돼버렸다.
3.8세계여성의 날 100년을 맞이하는 오늘의 현실은 여성들이 함께 축제를 말하고, 즐기기에는 너무나 어둡다. 나이들었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많이 차별 받고, 고통 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 여성들 대부분은 노동자성 조차 인정받기 어려운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저임금과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으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된 삶을 꾸리고 있다.
광주시청에서 쫓겨난 여성노동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 지금껏 싸우고 있다. 여성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일하던 그곳, 광주시청사로 원직복직하는 것임을, 생계를 이을 일자리를 되찾는 것임을 요구하며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이들 시청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아내도록 강요받고, 고용조차 더더욱 불안정해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여성현실을 바꾸는, 여성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 길일 것이다.
이에 우리는 광주시청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원직복직 투쟁에 함께 하고자 한다. 이것이 3.8세계여성의날의 의미를 올곧게 계승하는 것이고, 이 땅의 여성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여성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길임을 확신한다.
2008년 3월 4일
광주시청비정규직 원직복직 촉구 여성선언 참가자 일동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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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 현장기자는 광주노동보건연대 사무차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