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다 재미없는 총선이다. 돈다발에 성희롱에 당최 선거판이 생방송인지 재방송인지 옛날 자료영상인지 헷갈린다. 짜증나고 답답해 고개 돌리고 눈 질끈 감다가도, 나도 모르게 TV 앞에 서게 되고 인터넷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총선이지 않은가. 게다가 보수 양강 고래등 싸움에 사정없이 등짝 터질 것을 각오하고 출사표를 던진 진보정당들이 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총선에 출마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한국사회당에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한번 비틀고 꼬집었다.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솔직해보자는 뜻이다. 다음은 김석준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답변이다. -편집자주
“심상정, 노회찬 도배되는 것 처연하게 봐 달라”
북에 대한 입장을 제외하고는 민주노동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진보신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자들이 중심이 되어 창당했고, 기본 정책골격과 세부 내용까지 이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진보정치연구소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성원들 대부분이 진보신당으로 옮겨 와있다. 때문에 정책적 차별성이 크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지금 총선 정책으로 발표한 것들의 의미를 잘 모르고 쓰는 것 같다. 우리는 그런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다만 민주노동당에서 다수파의 전횡과 패권으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정책이나 입장을 재정리하여 부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정권에 대한 입장뿐만 아니라 사회연대전략, 지역복지발전전략(We Can), 녹색전환 시나리오 등이 대표적이다.
선거운동이 정책보다는 심상정, 노회찬 두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책이 실종된 것은 이번 총선판의 전반적 현상이다. 사실 정책선거가 실종될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좌파다. 그래도 정책선거 만들어 보려고 핵심 공약, 튀는 공약, 시리즈 자료 만들어가며 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심상정, 노회찬 중심으로 되고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지역후보 홍보물에까지 심, 노 후보 같이 넣은 것을 솔직히 처연하게 봐달라. 우리가 그런 처지다. 지역구에서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그 두 사람이고, 민주노동당을 깨고 나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국민들에게 진보신당의 존재를 알려줄 수 있는 그나마 유력한 매개가 그 두 사람이다. 두 후보가 단지 ‘가오’라면 모르되, 진보신당의 가치와 정책을 잘 체화하고 있다면 심상정, 노회찬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총선 이후 창당에 감놔라 배놔라 시끄러울 것”
유독 진보신당에 많은 연예인들이 지지를 보내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진보신당이 스타마케팅에 의존한다는 비난도 있는데
스타마케팅해서 너무 행복하고, 이거라도 안 되면 참 배고플 뻔했다. 그런데 임순례, 김부선, 박중훈, 하리수, 이범 이런 스타들은 권력이나 명예를 보고 온 것도, 돈을 보고 온 것도 아니다. 진보신당의 사람들을 보고, 정책을 보고, 활동을 보고 온 사람들이다. 특히 영화인들은 자주파 주도의 민주노동당에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다. 총선 이후에도 더욱 많은 스타들이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에 함께 해주면 좋겠다. 물론 빛나지 않는 별들, 지역과 부문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 평당원들의 중요성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우리는 컨텐츠와 와꾸가 합치하는 스타마케팅을 지향할 거다. 진보신당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스타가 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닌가. 우리 생애 최고의 진보정당을 위해 건배!
현재까지 성적이 저조하다. 총선 이후 외연 확장을 통한 ‘본격 창당’의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매일 매일 조금씩 치고 올라가는 중이다. 또 내려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상식에 기반한 진보정당이라면 작지 않은 점유공간이 상존한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을 함께 했던 탈당 후 관망파 동지들까지 포함하여 총선까지 진보신당에 동참하지 않은 분들이 당연히 많다. 그런데 이 동지들은 진보신당 주의 깊게 보고 있고, 잘하는지 못하는지 관심이 많다. 관심만 많은 게 아니라 총선 이후에는 감놔라 배놔라 참견 시작할 거다. 그게 외연 확장이나 본격 창당의 과정이고 동력이 될 거다. 사회당, 초록당 분들이 함께 할 가장 가까운 주체들이 되겠지만 노동자의 힘까지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 의원이 몇 명 나오느냐 마느냐가 총선 이후의 구도와 과정을 많이 좌우할거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태로는 모두들 답답하다는 것, 모종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것, 그 속에서 각자의 지난 활동에 대한 평가와 제안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것들이 본격 창당의 동력이 될 거다. 어느 어느 세력을 열거하고 쪽수를 뽑아보는 것은 동력 산정에서 별 의미가 없다. 원래 좌파정치는 객관적 조건 더하기 깃발 아닌가.
“한강물서 보트 부여잡은 노회찬처럼 몸을 날려야”
새로운 진보의 상으로 ‘적록연대’를 강조해왔는데, 적록연대의 관점에서 대운하에 맞설 대안을 밝혀 달라
대운하는 적록연대의 관점으로 막아지지 않는다. 지도부랑 의원들을 필두로 몸을 날려야 할 거다. 진보신당 당원 중에 대운하 관련 정치범이 100명쯤 생기면 저지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지금 같아선 그 전에 대중투쟁으로 먼저 판가름날 것 같다. 그러니까 좌파운동권은 이제부터 더욱 열심히 몸 날려야 한다. 한강물에서 보트를 부여잡았던 노회찬 후보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하지만 대운하 저지에서 적록연대가 무의미한 건 아니다. 말하자면 노동운동 대표들이 대운하 저지투쟁에 이름 거는 식이 아니라, 왜 노동이 대운하를 반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노동의 입장에서 밝히고 조합원들이 실천하는 계기와 사업이 필요하다. 녹색의 노동계급을 형성하는데 대운하 저지 투쟁이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얘기다. 진보의 재구성은 그런 식으로 진보주체의 재구성까지 함축해야 할 텐데, 진보신당으로선 즐거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지역복지발전전략 ‘We Can’은 그러한 시도를 위한 정책적 고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