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잠 한숨도 못 잤다" 분노와 연대 의식
▲ 25일 저녁 7시, 서울 청계천 소라 광장[사진/ 김용욱] |
광화문 밤샘시위에 있었던 20대 여성은 "도로를 점거한 뒤 촛불을 들고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평화 시위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방패를 들고 무장한 전경들이 들이닥쳤고 살수차로 물을 뿌려 시위대가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진압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런 뒤 "전경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서 있던 남자 대학생 둘을 전경차로 끌고 들어갔는데 얼마나 맞았는지 나중에 걸레가 돼서 나오더라. 젊은 남학생들이 펑펑 울며 나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정말 데모 처음 해봤다. 마지막까지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대학생, 회사원, 주부들이었다"며 "그런데 정말 살고 싶어서 스크럼을 짰고 도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막았다. 도로를 점거하지 않고 촛불시위만 해서는 더 이상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울먹였다.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참여한다면 세상이 바뀌지 않겠냐"고 말했다.
자유발언의 대부분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한 남성 네티즌은 "인터넷 생중계를 보니 전경이 시민들을 방패로 가격하고 있었는데 시민들이 '평화집회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더라. 그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단체 10대 연합 소속 여학생은 "경찰이 국민을 보고 욕하고 때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내내 시위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위기감
▲ [사진/ 김용욱] |
경찰에게 두들겨 맞는 시민들을 인터넷을 통해 본 뒤 "걱정이 돼서 한숨도 못 잤다"는 30대 여성 회사원은 "주변에서 '1년 내내 시위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하고 국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국민담화에서 보인 것도 잘못은 했지만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품에 안고 집회에 참여한 30대 주부 이상림 씨는 "아이가 있어 불편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됐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상림 씨는 대통령 탄핵 이유에 대해 "광우병 쇠고기, 공기업 민영화, 독도 문제 등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자리에 있게 된다면, 돈이 없으면 힘든 세상이 될 것 같다.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웃어보였다.
▲ 25일 광화문 앞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사진/ 김용욱] |
민심 외면 검찰, "물대포 쓴 적 없다" 되려 발뺌
한편 검·경은 25일 서울중앙지검 국민수 2차장검사 주재로 서울지방경찰청·국가정보원·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불법 시위자에 대해 관련 법률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날 새벽 광화문에서 연행된 37명은 현재 5개 경찰서에 분산 조사 중이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의 해산 명령을 거부한 채 도로를 점거하고 연행 과정에 경찰관을 폭행하는데 가담한 37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며, 이 중 불법행위 주도자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