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월령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에서 발을 바꾸어 이상의 요구를 "미국 측에 요청했다"로, 그리고 다시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자율규제하도록 요청하겠다" 등으로 발바꾸기를 하며 우왕좌왕하는 동안, 미국 정부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3일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재협상 할 필요는 없다고 못 박고, 오히려 국민들을 가르치려는 듯한 비꼬는 말로 국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3일 오후 유명환 장관을 만난 후 기자들과 마주친 버시바우 대사는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우리가 실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4월에 맺은 합의가 좋은 협정이며 국제 과학에 근거한 것이다. 실행을 연기할 과학적 정당성이 없다"며 재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버시바우, "한국인들 과학 공부 더 해라"
오히려, "한국인들이 과학과 미국산쇠고기에 대한 사실들에 대해 더 공부하기를 바란다. 그러고 나면 건설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주재국 국민들에 대해서 비꼬는 발언은 보통 민감한 문제에 대해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 우회적으로 발언하는 관례에 비교해본다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정부의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 이후, 미국 측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런 버시바우 대사의 입장과 발언은 단순히 그의 '직선적' 성격 탓으로 해석하기 어려워 보인다.
버시바우 대사는 시종일관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연령제한 없는 쇠고기 수입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4월에 합의된 협상을 바꿀만한 과학적 정당성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과학에 근거해서, 재협상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못을 박았다.
또, "한국이 협상을 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이 질문의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들려오는 미국 정부 각 부처의 목소리도 일관된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 한국의 재협상 요구와 시위는 한국의 정치적 문제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협상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미 국무부 "재협상 요구? 그건 한국 국내 정치일 뿐"
매코맥 미 국부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오전 브리핑에서 "우리가 한 합의의 실행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의 실행'에 강조점이 가 있다.
매코맥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3억 인구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여당과 시위대들이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선을 그었다. 매코맥 대변인은 "한국 국내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협상? 토론은 진행중"...USTR "자율 월령표시 결정" 강조
백악관의 대답도 한결같았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재협상할 여지가 있는냐는 질문에 "내가 협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질문이냐"라고 되묻는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가 그렇다고 답을 하자, "글쎄, 현재 토론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협상'이 아닌 '토론과 대화'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또, 이 질문에 앞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못 박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숀 스파이서 미 무역대표부 대표 수잔 슈웝 대변인은 "명백히 우리는 4월의 협상이 아직 집행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는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미국 5개 육우회사들이 이미 한국수출용 쇠고기에 월령표시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타이슨푸드 등 미 육류가공업체들에서 입장을 발표한 후,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바꾸어 "미국에 자율규제 수출 요청"을 하겠다고 한 것과도 입장이 맞닿아 있다.
한편,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연기한다는 방침을 내자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는 소값이 폭락세를 보였다. 한 쇠고기 거래 업체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소값에 타격을 가했다며, 그러나 결국 한국이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