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를 넘기면서 학생과 시민들이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오늘 참가자는 7천여 명이다. 시청 앞에는 각 단체가 부스를 마련하는 등 6.10 대회를 앞두고 100만이 모이자며 힘을 다지는 분위기다.
참가자들은 병상에 누운 이병렬씨를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하기도 하고, 또는 6.10 대회 포스터를 서로 나누어 가지며 더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모이자고 서로 약속했다.
"72시간 쉬지 않고 농성하겠다"
오늘도 촛불소녀와 민주시민, 사회각계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법원 앞에서 오랫동안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촛불을 들 수 없으니, 아예 한 번에 좋은 민주사회를 만들자고 호소하며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또, 우리나라 법조계를 비판하면서, '석궁 사건'으로 알려진 김명호 교수를 변호했다. 이 시민은 "김명호 교수가 석궁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수차례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구형 4년은 부당하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대표는 "학생과 네티즌의 촛불시위에 감명을 받고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해서 오늘 100여 명의 어른들이 시국선언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박순희 대표는 "72시간을 쉬지 않고 농성해서 미친소 재협상을 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오늘 오후 각계 대표들은 비상시국회의를 한 후 시청 앞에 텐트를 치고 72시간 농성에 들어갔다.
대학생들, "동맹휴업 준비중"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6월 10일 100만이 모여 촛불을 들자고 서로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오늘 오후 버시바우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했다는 덕성여대 한 학생은 "어저께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서 이제야 조금씩 이야기가 닿는구나 느꼈다"고 운을 뗀 후 "그러나 아니었다. 얼마나 비굴하고 굴욕적인가를 보여주었다"고 말해 최근 정운천 농림수산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학생은 동맹휴업을 준비하는 대학이 많다며 6.10 대회에 대학생들도 많이 참가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닌다고 소개한 한 학생은 "실업계 학생이라 학교에서 정치를 배우지는 않지만,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옳은 것을 옳다, 정의를 정의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사회자는 촛불집회의 열기를 확인하기 위해 구호 선창을 하고 시민의 후렴을 유도했다. 사회자가 "재협상을" 하면 시민들은 "실시하라"를, "닥치고"하면 "재협상", "끝까지" 하면 "재협상"을 후렴으로 외쳤다. 사회자가 "어청수는" 이라고 하자 "물러가라", "처단하라" 등의 후렴이 쏟아졌고, 사회자가 흥을 돋우듯 "마음껏 외치세요"라고 말하자 좌중이 소리높여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했다.
"오늘 청계천에서 사온 무기는..."
오늘 모의고사를 보고 집회에 참석한 재수생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재수생은 "오늘 시험 쳤으니 촛불집회에 참석하자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러니까 재수하는 거라고 하면서도 친구도 같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 학생은 "광주항쟁과 6월 항쟁을 근현대사를 공부하며 알았는데, 1일 새벽에 전경들의 폭력을 보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깜짝 놀랐고 무섭고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여수에서 올라온 두 딸의 아버지는 "원더걸스는 여기에 모인 소녀들이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이 시민은 "맨날 당하면서 언제까지 이럴 수 없어 오늘 청계천에 들러 무기를 하나 사왔다" 며 '쥐포수(쥐 찍찍이 또는 끈끈이라고 불리는 쥐잡이)'를 소개했다.
이 시민은 쥐포수를 "쥐가 서식하는 것에 놓고, 출몰하는 곳에 놓아야 한다"며 광우병 쇠고기가 들어오는 항구, 의료지정제 폐지하려는 병원, 0교시, 영어몰입교육, 1천만원 등록금 현장인 학교, 대운하 추진하는 4대강, 전력산업 민영화가 추진되는 발전소, 물 민영화 추진되는 상수도 수원지에 쥐포수를 놓자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8시 10분 경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시청 방향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9시 20분 현재 6월 10일 100만이 함께 하기 위한 선전을 중심으로,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