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 광장에서, 시청 광장에서,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에서
울산 롯데 백화점 앞에서, 울산 동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누구도 허무하지 않았다

연단도 없고 사회자의 거창한 소개도 없었지만 누구나 손을 들어 발언을 했다
모두가 진지하게 들었고 박수를 쳤고 함께 결정했다
지도부 없는 지도부들, 자랑스런 우리들
일제히 치켜 든 촛불들
아이부터 머리 희끗한 환갑 넘은 늙은 노동자들까지
우리는 ‘새로운 세대’, 동지들이다
어디 눈치 볼 것도 없이 모두가 즐거웠고 자랑스러웠다

“꿈꾸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 우리가 살아갈 세계,
우리의 의지, 우리의 소망으로 올바르게 바꿔가고 싶어요.
2MB OUT”

나는 중2 학생 ‘동지’의 꿈을 지지 한다
나의 지지는 이 꿈에 친숙해지는 것이다
나의 지지는 이 꿈에 차분히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누가 뭐라지 않고 조금만 그냥 두면 이 꿈은 스스로의 길을 찾을 것이다
손을 들어 직접 말하고 모두가 진지하게 듣고 함께 결정할 것이다

촛불은 결코 광장에 갇히지도 않았고 거리에 주저 않지도 않았다
막히면 흐르고 또 막히면 샛길로 흘렀다가 대로에서 다시 합류하여 청와대 앞까지 진격했다
아주 간단하고도 손쉽게
자본가 국가권력의 심장부에 수만의 지도부 없는 지도부들이 섰다
물밑 거래하고 타협할 수 있는 배후가 없으니 해산을 명령할 수도 없다
수습을 고민하는 자들은 참 난감하고 공포스러운 일이다.
촛불은 두려움도 없고 역동적이며 즉석에서 토론하고 직접 행동에 옮긴다

경찰청장이 불법 시위자들 구속하겠다고 하면 경찰청 홈페이지에 몰려가 다운시켜버린다
한나라당, 경찰청 기동대 해킹해서 완전히 웃음꺼리로 만든다
모두가 현장 기자들이 되어 핸드폰으로, 무선인터넷으로 투쟁 현장을 생중계 한다
거리에서 경찰들이 밀어붙이면 도망가지 않고 “나 잡아가라”며 닭장차에 올라 타버린다
불복종 직접행동이 지배이데올로기를 깨부수면서 공권력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반란이 성장하고 있다

밤과 새벽을 잇는 축제, 대단히 독특하고 특이하며 긴장과 활력이 넘치는 반란의 공간
촛불은 물대포를 만났고 폭력과 만났지만 오히려 우애와 연대로 타올랐다
지침이 없어도 모두가 사수대가 되어 온 몸으로 물대포와 마주 섰다
지침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부상당한 동지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벌였다
지침이 없어도 모든 곳에서 우비와 옷과 김밥과 음료수가 보급되었다
지침이 없어도 노래와 춤과 토론이 새벽을 풍성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우애와 연대, 이 반란의 몸짓들은 세대를 넘고 성별을 넘어
마침내 저 낡고 부패한 공권력, 청와대를 넘어섰다
지도부 없는 지도부들, 우리가 주권이다
이 반란의 몸짓들이 만들어가는 자유의 새로운 공간,
좀더 인간적이고 보다 민주적인 것들이 혁명적이다
펼쳐라! 확장하라! 경계는 없다
나는 촛불의 직접행동을 옹호한다

2008년6월6일

덧붙이는 말

조성웅님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