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요구 막기 위한 '사퇴 쇼' 통할까

내각 일괄 사의 표명..李대통령 사표 선별수리 방침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쇠고기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일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승수 총리는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갖고 내각 일괄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정된 100만 규모 촛불집회를 앞두고 이뤄진 내각 총사퇴 표명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운동이 정권 퇴진 요구로 번지고 있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국민의 광우병 우려와 졸속협상에 대한 지적에는 귀를 닫은 채 장관고시를 강행하고 성난 '촛불'에는 강경진압으로 일관하는 등 위기를 자초한 내각은 결국 출범 107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민심을 달래기 위한 수습책으로 인사 쇄신을 하려는 의도가 자명한 탓에, 이번 내각 총사퇴 표명이 성난 '촛불'을 잠재울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민간 자율규제'를 골자로 하는 한미 쇠고기 협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발맞춰 이번 주말께 개각을 단행하는 것과 함께, 국무위원들의 사표를 선별 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재협상' 요구 수용 않으면 다음은 대통령 차례"

야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인사 쇄신만 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각 개편도 "국민적 요구를 수렴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아닌 국면전환용 카드로 돌려막기식 인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민적 불신임을 당한 인사들을 정권 필요에 의해 재신임하거나, 그 밥에 그 나물 인사로 돌려막기할 생각이라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 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야당은 이미 쇠고기 재협상과 내각 총사퇴가 받아들여진다면 등원하겠다고 밝혔다"며 "인사청문회를 이유로 선별수리하거나 교체 폭을 축소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주문했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수석부대변인은 "인과응보고, 만시지탄이나 지금이라도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적격한 내각이 총사퇴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자격없는 내각이 총사퇴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 대책이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협상 장관고시의 완전 철회와 전면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장관 수백 명을 경질해도 대통령 자신의 철학과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요구하는 사표는 대통령의 것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내각 총사퇴가 근본 해결책이 아님을 파악하고 진정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하고 수용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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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 내각 총사퇴 ,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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