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광장을 에워싼 천막에는 유인물과 손피켓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고, 천막을 지키는 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의 표정에는 피곤함 속에 희열감 같은 것이 어우러져 보였다.
오늘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이 과천 청사에서 가진 월례조회에서 "(이미) 사인한 것을 제로화 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미국 상무장관과 농무장관 등이 재협상에 대해 회의적인 기조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분노하는 표정도 역력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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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샘 6.10대회 후에도 지치지 않고 다시 모인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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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를 조금 넘은 시간, 대책회의 사회자가 이끄는 시민 자유발언이 시작됐고, 서서히 어두워지는 광장 잔디밭 위로 꺼졌던 촛불이 다시 한두 개씩 늘어났다.
오늘 자유발언은 아저씨들 독차지. 국민학교만 나왔다는 한 시민은 상여가를 불러 주목을 끌었다. 후렴구와 함께 "간다간다 나는간다 이명박을 소환하러" "자본경제 몰아내고 민생경제 살려내자" "사기꾼의 재산환수 하루빨리 환수하자" "조중동을 폐간시켜 언론독재 뿌리뽑자"는 등의 내용으로 상여곡을 구성지게 불렀다.
한 농민은 "수입 소를 사지 말고 한우를 먹자"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다 죽어가고 있는 축산농가를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용산에서 온 60대 할아버지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 사깃꾼이다. 국민을 잘 살게 한다고 큰소리 쳐놓고 경제성장 7%, 6%, 5% 그러더니 이제 4% 이야기한다"며 질책했다.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안티이명박' 깃발을 들고 홀로 앉아 있는 한 시민에게 말을 걸었다. 새벽 늦게까지 6.10대회에 참석하고 오늘 다시 나왔다고 했다. 이 시민은 지난 새벽에 벌어진 "비폭력 토론이 인상깊었다"며 "컨테이너 장애물 자체가 폭력이고, 어청수 경찰청장이 합법적, 평화적 집회를 불법으로 모는 것이 잘못인데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고 아니고는 소모적인 논란"이라고 말했다.
오늘 많은 시민이 모이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어제와 비교되지 않지만 오늘은 모이자고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이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김포에서 온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집이 멀어서 자주 못 나온다고. |
▲ 고 이병렬 열사 영정을 모신 곳. 영정 옆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화환이 세워져 있다. |
대책회의 상황실은 앞으로도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특히 13일, 14일에는 집중해서 촛불대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 오늘은 kbs 앞으로
시민들과 대책회의 소속 단체들은 시내 행진을 시작했고, 아고라 회원 등 네티즌 일부는 kbs로 이동했다. KBS 감사 소식에 따라 오늘 오후 아고라에서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인간촛불띠잇기가 제안되었고, 시청광장에 모인 일부 네티즌과 시민들은 시내 행진 대신 인간촛불띠잇기에 동참하기 위해 이동한다고 밝혔다.
▲ KBS 방송장악 꿈깨.. KBS 앞 인간촛불띠잇기를 하고 있는 네티즌들 |
기자가 kbs에 도착한 9시 경, 1백여 명의 시민들은 kbs 정문 앞부터 담장을 끼고 한 줄로 늘어서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kbs 앞 촛불시위는 오늘 오후 아고라의 한 회원이 제안하자 댓글 2-300개가 붙으며 빠른 시간에 행동으로 옮겨진 것. 보수단체가 kbs 감사를 청구한 데 대해 네티즌들이 이명박 정부의 kbs 방송 장악 의도가 노골화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막기 위해 kbs 인간촛불띠잇기에 나서게 되었다.
참석한 한 시민은 "오후 2-3시 경 이야기가 돌았는데 3-4시간 만에 이 정도 인원이면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하고 "앞으로 kbs 감사 기간동안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세계일류방송통신실천계획'을 업부모고할 예정이라고 하자 이 시민은 "너무 화가 난다"고 운을 떼고 "kbs, mbc는 의료나 물과 같은 것으로 사적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고 보호해야 하는데, 민영화가 되면 독점자본이 관리하게 되고, 그러면 물가 상승과 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텐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쇠고기보다 민영화가 더 무섭다는 20대 직장인. 아고라에서 소식을 듣고 퇴근하자마자 KBS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
'최시중은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20대 초반의 한 여성 직장인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왜 사퇴해야 하냐고 묻자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니까요"라고 짤라 말했다.
이 직장인은 "이명박 자체가 싫어요. 생긴 것 부터가 싫고 TV 뉴스에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요"라고 말했다.
이 직장인은 쇠고기 문제보다 민영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쇠고기는 안 먹으려고 애쓰거나 해서 피할 수도 있겠지만, 민영화는 안 그렇잖아요. 엄마는 민영화 되면 어떠냐 라고 하시지만 사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고, 나는 앞으로 결혼 해서 아기도 낳고 많이 살아야 하는데 민영화가 되면 살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또한 공무원에 대해 이 직장인은 "월급은 동결하더라도 숫자가 더 많아져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우병 쇠고기에서 민영화 반대로, 촛불은 양적으로만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점점 더 번져나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