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쇠고기 재협상을 위해 추진 중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으나, 송기호 변호사를 비롯한 시민사회 측 토론자들은 전원 불참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드러냈다.
토론자로 참여한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재협상 불가와 가축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고수해, 여야는 이날 공청회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3당은 이날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단일안을 제출할 방침이지만, 국회 개원 협상도 공전 중인 상황이다.
야당 등원 명분 쌓기? "이게 무슨 공청회냐" 시민 분통
공청회를 주최한 야3당은 "민간 자율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추가협상은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가축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정부에게 재협상 명분을 만들어주자"는 논리를 폈다. 김종률 통합민주당 의원은 기조발제에서 "상위법인 가축법 개정으로 하위법인 한미쇠고기 협정 행정명령의 효력을 제한하는 입법행위는 국제규범과의 충돌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국내법 개정으로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아 대외신인도 하락이나 한미 간 통상마찰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나 과장"이라고 정부 논리를 반박했다.
통합민주당이 18대 국회에서 발의한 가축법 개정안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전면 금지 △30개월 미만의 경우 7가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과 내장 전체 제거 △정확하게 나이를 알 수 있는 쇠고기만 수입 △광우병 검사를 거친 안전한 쇠고기만 수입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쇠고기 수입 조건을 '20개월 미만 살코기'로 규정하되, 내장 수입에 대해서는 금지하지 않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원내부대표는 "정부가 재협상에 들어가면 법 개정 없이도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있다"고 정부 결단을 촉구하며 "18대 국회에서 통상절차법을 제정해 국회가 한미FTA에 대해서도 재검토 권한을 가져야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은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의 요체는 검역주권을 포기한 독소조항인 수입위생조건 제5조"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차별화에 힘쓰면서, 수입 조건을 '20개월 미만'으로 정한 발의 법안에 대해 "민주당과 협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재협상은 사실상 한미 쇠고기 협정 파기 선언"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국민 건강에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식탁에 오르지 않게 해달라는 것은 정부 여당, 야당과 국민의 공통적인 목적"이라며 "정부의 추가협상을 통해 이같은 목적이 달성된다면 한미 통상마찰이나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가축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등원을 결정한 자유선진당과 장외투쟁에서 등원으로 방점을 옮긴 통합민주당은 원내대표 인사말에서 "여야가 함께 국회 개원을 위해 노력하자"고 입을 모았다. 이에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는 송기호 변호사,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등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공청회에 전원 불참 의사를 통보한 것을 지적하며 "(국회 등원을 위한) 통과의례로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개탄했다.
좌중에서도 이같은 불만이 터져나왔다. 급식운동을 하는 학부모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이게 무슨 공청회냐. 공청회 이름 떼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민주당은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만 한나라당하고 합의하면 끝이냐"고 따졌다. 광우병국민감시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는 "민주당은 가축법 개정에 대해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과 단 한번 논의라도 제대로 했었냐"고 목청을 높였다.
진보신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에게는 촛불시위 '물타기'용이고 야3당에게는 고작 '등원 명분 쌓기용'인 법 개정이라면 중단해야 한다"고 야3당의 가축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또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2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하고 내장 등도 금지한 광우병대책회의의 최소기준이나, 진보신당의 국민고시안 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