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서진 개편..촛불 끄기 급급한 '돌려막기 인사'

야당, "측근 잔치, 국민 우롱" 맹비난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대통령실장과 공석인 사회정책수석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6명을 전면 개편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재협상 불가를 고수하면서 19일 대국민사과에 이어 이날 청와대 비서진 교체로 정국 돌파를 모색하고 있으나, 이날 모습을 드러낸 새 비서진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권 퇴진' 요구로 치닫고 있는 촛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2기 비서진 인선에서 대통령실장에는 정정길 울산대 총장이 임명됐다. 정무수석에는 맹형규 한나라당 전 의원이 기용됐고, 민정수석에는 대검찰청 차장을 지낸 정동기 전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가 내정됐다. 박재완 정무수석은 국정기획수석으로 이동했고, 외교안보수석도 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자리를 옮겼다. 경제수석에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1차관,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낙점을 받았다. 사회정책수석은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강부자 내각' 핵심 이동관 대변인 유임 논란일 듯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에 경륜이 있고 개인적인 검증을 철저히 해서 제가 이번에 가능하면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지만, 청와대 2기 비서진 진용에서도 '영남 편중'은 두드러진다. 정정길 비서실장 내정자(경남 함안)를 포함해 4명이 영남 출신으로 전체 인선 중 절반에 육박한다.

또 정정길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 대통령이 회장직을 역임했던 '6.3 동지회' 회원으로 이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지는 등 측근 인선이 되풀이돼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편중) 내각'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대폭 개편'을 예고한 것과는 달리 박재완 정무수석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그대로 국정기획수석과 외교안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돌려막기식 인사'라는 비난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이동관 대변인의 유임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땅 투기 의혹과 국민일보 기사외압 논란으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내각'의 상징 인물로 지목됨과 동시에 자격 미달 논란에 오르내렸다. 그는 먼저 낙마한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과 함께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아왔으나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1기에 이어 2기 내각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야당들은 지난 19일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이어 이날 비서진 개편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어제 뼈저린 반성을 무색케 하는 돌려막기식 인사에 실망을 금할 수 없으며, 국민들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측근들의 잔치일 뿐이다"고 혹평했다. 특히 "이동관 대변인의 유임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하면서 "쇠고기 재협상 없는 국면전환용 이벤트에 대해 국민들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새롭게 꾸려진 제2기 청와대 비서진용은 한마디로 '예고된 실패'에 다름 아니다"면서 "영남 편중 인사고, 오기 인사다. 9명의 수석급 인사 중 절반이 영남으로 '고소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고, 야3당이 한목소리로 경질을 요구했던 이동관 대변인을 유임시켜 인적쇄신 다짐을 이 대통령 스스로 허물었다"고 지적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국민이 바라는 민의반영 내각이 아니라 권력집단 내부인사의 자리바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고,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땅투기 전문' 대변인 이동관과 방송'통제'위원장 최시중을 경질하지 않은 인적쇄신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전문성, 지역, 도덕성 등을 모두 감안한,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춘 인사"라고 평가하며 "쇠고기 추가협상도 타결되어 좋은 결과가 예상되고 있고, 내각인사도 뒤따를 예정인 만큼 이제 우리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힘차게 새출발 해야 한다"며 국면 전환에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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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 이동관 , 고소영 , 비서진 개편 , 돌려막기 , 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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