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들은 국회의원까지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과잉진압 사태의 '배후'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이 대통령의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 폭력의 '배후'는 이명박정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젯밤 광화문 시위현장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며 "이 정부의 무도함이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을 강제연행하고 폭행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회의원에게도 이런데 국민에게는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분노했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안민석 의원은 "경찰에게 끌려간 뒤 몇 분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상태로 (경찰에게) 차이고 밟히고 끌려다니고 욕설을 들었다"며 "경찰에게 폭행당하면서 '나 국회의원이다'라는 말을 계속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촛불 집회 현장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했다고 밝히고 있는 안민석 의원/ 참세상 자료 사진 |
이종걸 의원은 "경찰 폭력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7명의 의원들이 시위대 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순간 안민석 의원과 강기정 의원이 눈앞에서 없어졌고 얼마 뒤에 두 의원이 찢어지고 짓밟혀 흙탕물 자국이 묻은 옷과 얼굴과 등에 온갖 자상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목격 상황을 증언했다.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해 턱뼈가 나갔다"고 주장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이날 오전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주장을 하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부여당과 경찰이 사실을 은폐, 왜곡하고 있다"며 격분하고 있다. 또 "경찰의 과잉폭력 진압과 국회의원 폭행사태의 배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며 "이명박정권이 신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민을 짓밟고 쇠고기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에서 이번 폭행 사태가 비롯된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목을 조르고 집단폭행하는 사태에 대해 통합민주당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경찰 폭력에 의해 길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두들겨 맞고 나뒹구는 국회의원의 현실은 이명박정권에 의해 '국민주권'이 짓밟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