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를 마친 후 행진을 통해 명동역 밀리오레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5천여 명의 시민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명동역 4,5번 출구 부근 밀리오레 앞 전 차선을 점거하고 오후 9시경부터 "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시민들이 연좌한 곳에서 얼마간 떨어져 있는 한국화이자제약 건물 앞 인도에서 우비와 방독면 가방을 멘 차림의 전경들을 대열 정비시켰다.
이어 해산 경고방송을 내보내던 경찰은 저녁 9시 25분경부터 전경들을 투입해 남대문 방향과 퇴계로 3가 양쪽에서 시민들을 포위하며 들어왔다. 그러나 시민들 대부분이 전경 투입 즉시 명동 안쪽 골목으로 모두 자리를 피해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도로 들어서면서 검거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우비를 벗으며 물러났다.
취재기자들, 인권침해감시단, 의료봉사단,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 등을 비롯해 백여 명의 시민들이 도로 위에 남아 있자 경찰은 밤 10시경부터 살수차와 전경들을 서서히 뒤로 물리며 차량 통행을 재개시키려 하다가 기습적으로 '경찰관 기동대'를 투입했다.
▲ 이른바 '백골단' 논란이 일고 있는 체포 전담부대인 '경찰관 기동대'가 이날 처음 집회 현장에 배치됐다. 이들은 전신에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짧은 곤봉과 방패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
▲ 진압을 위해 대기 중인 '경찰관 기동대' |
이날 처음 투입된 경찰관 기동대는 형광 녹색 우의 위에 각종 보호장구를 두르고 진압봉과 둥근 방패를 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물러난 후라 경찰관 기동대도 검거 작전 없이 잠시후 물러났다.
그러나 경찰이 차량 통행을 재개시키는 과정에서 시민 네 명이 연행되는 사태도 있었다. 회현역 방향에서 들어온 경찰 차량 한 대가 삼삼오오 모여 인도에 서 있는 일부 시민들을 향해 인도로 올라가라는 경고방송을 내보내 시민들이 인도로 이동하던 도중, 경찰 십여 명이 차량 앞을 막은 한 시민의 연행을 시도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연행을 만류하며 경찰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경찰이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
▲ 경찰이 한 시민을 사지를 들어 연행하고 있다 |
예비군복을 입고 나온 한 시민은 경찰에게 연행을 만류하다 밀쳐져 명동역 지하철 계단 밑으로 미끄러지며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행된 시민은 총 네 명이며, 한겨레 허모 기자도 한때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전경들은 경찰의 사전 예고대로 색소를 섞은 물대포를 준비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경 개개인이 한 사람씩 들을 수 있게끔 돼 있는 이 물대포에는 호스가 연결돼 있고 물총 혹은 소독기같은 모양새다. 경찰은 "도로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색소를 섞은 물을 살수하겠으니, 기자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는 경고방송을 수 차례 내보내고 이 물대포를 든 전경들을 전진 배치했으나 실제로 이를 사용하진 않았다.
▲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색소를 섞은 휴대용 물총을 선보이기도 했다 |
명동역 주변의 시민들은 대부분 해산했으며, 5백여 명의 시민들은 명동성당에 모여 오는 5일의 촛불집회 참여를 서로 독려했다.
폭우 속 5천 촛불 명동 일대 행진
[1신 2일 20:50] 5일 집회 참여 독려 선전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87번째 촛불문화제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5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오는 5일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오늘 촛불집회를 간소하게 마치고 5일 촛불집회의 동참을 호소하는 선전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청계광장에서 나가는 길목을 전경버스로 모두 막고 시민들의 행진을 막았다.
이에 따라 40여 분만에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계단을 통해 청계천변으로 내려가 청계천을 따라 이동해 곳곳에서 행진을 벌였다. 2천여 명의 시민들은 청계 2가에서 나와 명동성당 방향으로 전 차선을 점거하고 행진했다. 경찰은 종로로 가는 방향인 삼일로를 전경버스 등으로 막아놓은 상태다.
또다른 시민 2천여 명도 청계천에서 빠져나온 후 8시경부터 롯데백화점 앞 도로를 점거하고 이곳을 지나 명동성당으로 행진하다가 앞의 을지로를 지난 행렬과 합류해 오후 8시 50분 현재 5천여 명의 시민들이 명동 밀리오레 앞 전 차선을 점거하고 연좌를 시작하고 있다.
시민들은 오늘 경찰이 최근 창설된 시위 진압 전담반인 '경찰관 기동대'를 오늘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장시간 도로를 점거할 경우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을 겨냥해 "백골단이 웬말이냐", "어청수를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빗속 행진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을 향해서는 "8월 5일 함께해요", "부시방한 반대한다"는 등의 구호로 오는 5일 촛불집회의 참여를 호소했다. 주최측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가두 행진과 선전전을 벌인 후 밤 11시께 명동에 모여 정리집회를 하자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