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농성 중이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기륭비정규여성노동자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2일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날 오후 10시 55분 경 경찰은 사복경찰과 국회경위 등 100여 명을 동원해 국회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앞 복도에서 농성 중이던 공대위 회원들을 연행했다. 이날 연행된 이들은 윤종희, 강화숙 기륭분회 조합원을 비롯해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송경동 시인, 연정 르포 작가 등 총 5명이다. 이들은 연행 직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호송된 후 현재는 금천경찰서로 옮겨져 구금 중이다.
한편, 53일 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던 윤종희, 강화숙 조합원은 연행과정에서의 충격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돼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금천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는 송경동 시인은 이날 연행과 관련해 "함께 농성 중이던 신부님과 스님 등 성직자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급작스럽게 사복경찰들이 몰려와 막무가내로 농성 중인 회원들을 끌어냈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연행과정에서 최소한의 미란다 원칙 고지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 방문객 자격으로 국회에 처음 들어갈 때, 국회 경위과에서 '그 이전에 한나라당 원내대표 면담 요청을 했던 전력이 있어서 들어갈 수 없다'며 아예 출입조차 막아서 애를 먹었는데, 나올 때는 폭력적으로 연행됐다"며 "어떻게 노동자들의 국회 출입 조차 막고, 공권력을 동원해 몰아내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송경동 시인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기륭 문제와 관련해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항의하러 찾아갔던 것"이라며 "공당의 원내대표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민의를 공권력으로 밀어낸 것을 묵과할 수 없고 다시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표적인 비정규직 문제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기륭분회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연행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3일 부터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연행에 대한 항의와 기륭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강기갑 의원도 서울 구로 기륭전자 공장 앞 옥상에서 단식농성 중인 기륭 분회 조합원들과 동조 단식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