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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mbc 방송 캡쳐 |
노조는 방송 직후 ‘비겁한 엄사장은 수장 자격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대미문의 송출이라고 했다.
MBC 경영진은 편법을 동원해 사과방송을 했다. 노조는 2층 주조종실과 5층 뉴스센터 앞에 조합원들을 배치하고 사과방송 테이프가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간파한 MBC 경영진은 자회사인 'MBC플러스'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낸 것.
하루가 지난 오늘(13일) 오전 11시 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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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제 MBC노조 위원장 |
박성제 위원장은 덧붙여 주조종실 간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은 아니며, 경영진과 편법적인 방법을 쓴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사례가 편성 규정 위반인지도 알아보겠다고 했다. 사규 위반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경영진의 결정과 행동이 치졸하고 동시에 슬프고 참담하게 느껴져서라고 했다.
“전국 메인 방송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예전 사이비 종교단체가 난입해 주조종실을 점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급하게 남산에서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튼 적이 있었다. 그런 비상한 상황이 아니면 이번과 같은 송출은 없었다. 이렇게 치졸한 짓을 해서까지 사과방송을 한 경영진의 결정이 슬프고 참담하다는 거다. 무엇이 이 사람들을 비겁하게 만들었나. 결국 이명박 정부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일각에 주조정실을 점거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런 의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막으려면 주조종실 내부를 점거하고 기계를 잡아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 마지막 선을 넘는 거다. 방송국의, 공영방송사의 주조정실은 큰 의미가 있다. 쿠데타가 일어나면 군인들이 와서 점거하는 그런... 우리 손으로 송출실을 올림픽 중계가 나가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스튜디오 바깥에서 테잎을 효과적으로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허를 찔렸다.”
경영진이 방통위 통보를 받아들인 배경이나 계기, 시점 등을 물었다. 박성제 위원장은 7일 열린 임원 워크샵에서 대체적인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임원들이 시내 모 호텔로 워크샵을 갔다. 사내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거기서 ‘PD수첩’ 건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이고 대체적인 방향이 세워진 것 같다. 결국 사장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처럼 이야기했고, 그 자리에서 상당수 임원들이 받을 건 받아야 한다,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
박성제 위원장은 엄기영 사장을 믿었지만 배신당했고, 경영진은 멍청한 판단을 했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엄기영 사장은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킬 것으로 믿었다. 그렇게 해달라고 계속 요청했고 노조가 오래전부터 의견을 표명해왔다. 구성원들도 시청자를 배신하지 말라고 해왔다. 분명한 확답을 피하더니 경영진이 결국 색을 드러낸 것이다. 경영진이 판단을 제대로 못한 거다. 무엇이 회사를 위한 것인지. 멍청한 거지.”
엄기영 시장은 12일 오후 5시 확대간부회의에서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통위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성제 위원장은 이 대목을 KBS와 비교하며 말을 이었다.
“정연주 KBS 사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 한 것이 개인이 자리를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고 모두가 이해하지 않느냐. KBS가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사장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좋은 선례라 하겠는데,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PD수첩은’은 앞으로 정권의 부단한 압력을 받게 될 시사 비판 프로그램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기준이 되는 포인트였는데, 그렇게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올 한 해 MBC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괴롭힘 당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우려가 앞선 거다.”
박성제 위원장은 이번 사과방송이 초래할 프로그램 제작의 ‘위축’에 대해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MBC의 미래를 정말로 걱정했다면 그 반대의 결정이 나왔어야 했다는 말이다. 당장 조능희 CP와 송일준 PD는 보직해임 되고, 송일준 PD는 MC자격이 박탈됐다. 다만 후임으로 김환균 PD가 인선된 데 대해서는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인사발령이 나왔고 보직해임과 후임인사가 이루어졌다. 후임이 김환균 전 PD협회장이어서 프로그램 자체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듯 하다. 경영진이 사과방송에 따른 후속조치로서의 액션을 취해준 거 아닌가 싶다. 엄기영 사장이 사내 정서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노사협의 과정에서도 'PD수첩'이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실수가 있었지만 이미 털었다. 그런데 그걸로 전체를 몰아세운 건 다시 패착을 한 셈이다.”
엄기영 사장은 어제 간부확대회의에서 "'PD수첩'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PD수첩'의 문제 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해 'PD수첩'에 대한 가치 판단을 피력한 바 있다.
한편 오늘(13일) 검찰은 ‘PD수첩’ 압수수색을 검토한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박성제 위원장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검찰에서) 언론플레이를 좀 하는 것 같다. 'PD수첩'의 공소권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명예훼손 적용도 논란이다. 따라서 ‘PD수첩’ PD들이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기소가 불확실한 지라, 청와대가 사인을 해주면 수사를 털고 싶은 심경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흘리는데, 경영진은 사과방송을 하면 검찰도 수사를 중단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은데 그것도 잘못된 판단인 거다.”
그간 MBC 경영진과 노조 간에는 일정한 신뢰 관계가 유지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성제 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사과방송으로 경영진과는 더 이상 한 배를 탈 수 없게 되었다고 단언했다.
“올 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상황에서 MBC의 새 사장이 뽑혔다. 이명박 정권이 모 계열사 사장을 내려보내려 시도했을 때 막았다. 엄기영 사장이 된 거다. 엄기영 사장은 노조와 구성원들이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막아내려는 투쟁의 덕을 본 셈이다. 엄기영 사장과 내가 노사협약 또는 공사석에서 올 한 해 압박이 예상되므로 노사가 협력해서 잘 해 나가자고 약속한 바도 있고 서로 많이 도와왔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개혁안도 거부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불만을 느낄 만한 것들, 신입사원 줄이자는 것도 노조가 동의해주었다. 회사와 마찰을 줄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건강한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박성제 위원장은 전날 벌어진 사과방송 사태를 상기하며 말을 이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번 문제를 놓고 경영진이 배신했기 때문에 모든 신뢰가 파탄이 났다. 그 책임은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에 있다고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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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조합원들이 사과방송 태잎 전달을 막기 위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출처/ MBC노조 |
YTN 구본홍 사장 인사, KBS 정연주 사장 해임에 이어 MBC ‘PD수첩' 사과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경영진의 판단이 MBC 민영화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까? 박성제 위원장은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MBC 민영화가 그리 호락호락한 문제는 아닐 거라고 말했다.
“물론 MBC가 고개를 숙인다고 밀어붙이는 언론장악 음모를 거두어들일 세력은 아니다. 이미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있고, 국회가 열리면 신문에게 방송을 주는 신문법 개정도 추진될 텐데, 그때가 가장 강력하게 싸워야할 시점이 아니겠는가. MBC 민영화도 그와 맞물릴 거다.”
박성제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이나 신재민 같은 MBC 민영화 이야기하는 선수들이 좀 있지만 청와대 사람이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쉽지 않을 거다. DJ 정권조차 민영화 하려고 했지만 안 됐다. 구성원들의 저항 뿐 아니라 방법 상에도 난점이 있다. 정수장악회 30% 지분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지 못하면 대주주가 되는 것이고, 그밖에 30%를 한 명에게 주자면 재벌에게 줘야 하는데 그러면 재벌한테 팔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인지라, 그런 비난 감수하며 추진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지난 주 뉴라이트가 MBC 관련 토론을 한 자리에서도 정수장악회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국민주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고, 상당수 언론학자들도 찬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은 굴뚝 같으나 방법이 여의치 않아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듯 하다.”
배를 갈라 탄다 하는데, 노조가 앞으로 어찌 대응할 건지를 물었다. 박성제 위원장은 ‘파탄’의 책임을 물어 엄기영 사장과 각을 세우겠다고 하면서도 당장 사장 퇴진 운동이나 엄기영 사장과의 싸움에 몰두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외풍을 막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엄기영 사장 퇴진 운동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거취 논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처럼 사장으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퇴진 운동의 칼을 빼들겠지만, 정신 차리게 해서 정권과의 싸움에서 최소한 외풍을 막아내도록 채찍질을 하고 비판하고 끌어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예상되는 공권력 침탈, 언론관계법 개정, 방송장악에 맞선 언론정책 싸움이 더 크기 때문에 거기 집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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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건물 |
박성제 위원장은 최근 노조의 비대위로의 재편도 이 싸움 때문이었지 경영진과 싸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박성제 위원장은 MBC보다 KBS가 더 급박하다며 서쪽으로 시선을 뒀다. 오늘 오후 4시 이사회가 예정돼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장 해임 이후 후속 사장 인선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사과방송 건 가지고 연대하러 와달라 하기에는 무척 민망하다는 이야기다.
“언론 시민단체들이 MBC가 위기에 처하면 달려올 것이지만 이번 사과방송 하나 가지고 와서 도와달라 하기는 좀 그렇다. 경영진 응징이 중요한 문제지만 지금은 KBS가 더 급하다. KBS 사장 낙하산 되면 KBS사원행동이 싸움에 나설 것이다. KBS노조가 같이 행동할 건지 분열할 건지 변수가 있겠지만, KBS사원행동의 싸움에 MBC노조도 같이 힘을 실을 것이다.”
검찰이 ‘PD수첩’ 영장 발부하고 압수수색을 감행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공권력이 투입되면 우리가 막을 거다. 공무집행방해를 들어 집행부를 연행하는 그런 시점에 온다면 파업으로 이어질 거다. 그때는 와서 도와주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