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원 기자 |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연행된 한 여성의 브래지어를 벗으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A 씨는 16일 새벽 경찰에 연행돼 마포경찰서에 구금됐다.
마포경찰서와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경찰은 A 씨가 유치장에 입감되기 전 몸수색을 한 뒤 "브래지어를 벗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 씨가 항의하자 경찰은 "자해위험이 있어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브래지어를 탈의시킨 뒤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여성단체들은 이 같은 경찰의 대응에 대해 "연행자에게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반인권적 처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39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18일 오후 서울 아현동 마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요구를 비판하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혀 깨물 수 있으니 '재갈' 물리냐"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자해를 막기 위한 규정상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관련 법규를 위반해 과잉대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서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경미한 사안으로 단순 체포된 여성 연행자에 대해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자, 반인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장서연 변호사는 "경찰 내부 규칙에도 여성 속옷을 위해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찰청 훈령('피의자유치 및 호송규칙')에는 넥타이, 금속물, 성냥, 라이타, 담배, 주류 등을 유치기간 중 압수할 수 있는 위험물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만, 브래지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경찰이 브래지어를 탈의시킨 이유로 '자해 위험'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 나비야 언니네트워크 활동가는 "그렇다면 유치장에서 연행자가 혀를 깨물 수 있으니 입에 재갈을 물리고, 벽에 머리를 박을 수 있으니 손발을 다 묶어야 하지 않냐"고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브래지어가 위험하다면, 티셔츠나 팬티도 다 위험한 물건 아니냐"며 "이번 사건은 연행된 여성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하기 위한 경찰의 의도된 행위라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