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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박돗자리 위에 당시 피해자들이 흘린 핏자국이 선명하다 |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발생한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들에 대한 '회칼 테러' 사건 과정에서의 경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했던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들에 대한 테러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카페 회원 및 일반 시민들의 지지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와 목격자들로부터 사건 정황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들의 행태에 크게 분노하는 분위기다.
"경찰, 가해자 박 씨 제지하지 않았는지 의문"
이날 새벽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김홍일 씨에 따르면, 당시 사복형사 3-4명이 사건이 발생한 조계사 내 우정국 옆 공원으로부터 불과 8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사는 수배 중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경찰은 이들의 검거를 위해 조계사 주변 곳곳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김홍일 씨는 "가해자가 안국동 사거리 방면에서 조계사로 들어오는 우정국 앞 입구 계단을 통해 칼 두 자루를 들고 들어왔다"며 "바로 그 계단에는 사복 경찰 3-4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이주형 씨도 "(가해자는) 칼을 가리지도 않고 양손에 들고 사복형사들이 지키고 있던 우정국 입구 계단을 통과했다"며 "경찰이 왜 이 사람을 제지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가해자 박 모 씨가 휘둘렀던 칼은 길이가 약 30Cm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목격자들은 칼이 가정에서 쓰는 일반적인 칼이 아니라, 소위 회칼처럼 보였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이 같은 칼을 양손에 들고 사복형사들 3-4명을 아무런 제지 없이 지나갔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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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사건 현장을 훼손하자, 목격자들이 당시 현장 상황을 복원해 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
"경찰, 사건 후에 현장 훼손했다"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 중 한명이 이마에 칼이 꽂히는 중상을 입고, 1명이 칼에 찔려 피를 흘리는 채로 박 씨를 잡기 위해 추격에 나서는 동안에도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김홍일 씨는 "내가 가해자를 추격해 안국동사거리 부근까지 추격했으나, 그때까지 경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안국동사거리를 약간 지난 지점에서 시민인지, 경찰인지 확인되지 않은 인물이 달아나는 가해자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목격자들은 사건 직후 수습 과정에서 경찰이 현장을 훼손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김홍일 씨 등 목격자들은 "경찰에 사건 현장을 보존할 것을 요청했으나, 은박돗자리 위에 흘린 피를 침낭 등으로 닦고 사건 현장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김홍일 씨는 "경찰 중에 누군가가 '기자들이 오면 귀찮으니까 얼른 치워버려라'는 얘기를 듣고, 내가 항의했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사건 현장을 치워버렸고, 실랑이 끝에 경찰이 치워버린 현장에 있던 물품들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조계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건 현장은 훼손되어 있었고, 목격자들이 경찰로부터 돌려받은 물품들로 현장을 '복원'해놓은 상태였다.
조계사 총무원장 차까지 검문했던 경찰, 뭐했을까?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가해자 박 씨는 회칼을 양손에 들고 사복형사들을 유유히 지나 조계사 쪽으로 진입했고, 사복형사들과 불과 8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세 명의 사람들에게 칼을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그리고는 왔던 대로 사복형사들 사이를 지나 도주한 후 안국동사거리 부근에서야 붙잡혔다.
지난 7월 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검거한다며 조계사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의 차까지 검문했던 경찰을 양손에 회칼까지 든 박 씨가 어떻게 피해갔는지 의문이다.
한편,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 이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