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촛불의 연대로 비정규직을 더 아프지 않게

[기고] 좀 더 많은 이들이 9.23 ‘만인선언’에 함께 해주면 좋겠다

파업 400일을 넘기면서부터는 날짜를 세는 것도, 투쟁조끼를 입은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의식하는 것도, 눈물을 흘리는 것도 사치스럽게만 느껴진다. 지난해,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의 80만 원짜리 일자리가 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130억 십일조를 위해서 잘려나갔다. 그렇게 여성 노동자들을 해고한 피눈물로 올리는 십일조를 하느님은 과연 원할까.

2007년 6월 30일부터 홈에버 상암점 맨바닥에 종이상자를 깔고 20여 일을 지내는 동안 밤이면 집에 있는 아이들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기 저 너머에서 아이들은 울먹였다. 당장이라도 아이들 곁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몇 번이라도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그 자리를 지켰던 것은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초췌한 얼굴로 옆에 누워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여자라는 서러운 이름을 가진 내 언니들과 내 동생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투쟁이 점점 길어졌다. 그러면서 투쟁은 우리 자신이 아닌 아이들 때문에라도 멈출 수 없는 투쟁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힘겨운 날들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집회를 마치고 늦은 밤에 집에 가 보니 전기가 끊겨 어두운 방에서 촛불을 켜고 공부하는 중학생 아이를 보고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 주저앉았다는 조합원. 급식비를 못내 점심시간에 수돗가를 맴돌다 겨우 엄마에게 문자로 “급식비 좀 내달라”는 문자를 보냈을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면 당장이라도 이까짓 파업 때려치우고 한 푼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갈등하는 조합원. 고만고만한 아이 셋이, 치우지 않은 밥상 곁에서 이부자리도 안 깔고 대강 널브러져 자는 모습을 보며 울컥해서 한참을 울었다는 조합원. 그런 이야기들이 투쟁하는 우리 조합원 모두의 가슴에 들어와 박혀있다. 다른 이의 아픔이 내 아픔이고 내 아픔이 다른 이의 아픔이 된 지 어느새 400일이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 아픔들을 다독이며 다시 하루를 보낸다.

처음엔 투쟁조끼도 낯설고 길바닥에 앉아 팔뚝질하는 게 영 어색해 자꾸만 아래로 떨어지는 고개를 감추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때가 언제인가 싶게 생활이 되어버렸다. 조합원 대부분이 아이를 둔 주부들이고 여성들인 우리는 삶이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없이 학습한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진 것이 작아 오히려 행복할 수도 있다고 위안 삼기도 했는데, 어떤 이들은 “내 일터를 지키고 싶다”는 우리의 소박한 바람을 욕심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절망과 아픔 속에 있어서일까, 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관심들이 눈물겹게 따스하다. 그리고 그 작은 촛불은 지금 우리에게, 인내로 투쟁을 이어나갈 수 있는 가장 절실한 희망의 빛이기도 하다. 내가 한 사람의 노동자로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내 아이도 노동자인 엄마의 모습에서 희망을 배울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원한다. 그 소박한 꿈을 광화문을 메웠던 그 수많은 촛불들이 함께 응원해 준다면, 지난봄 청계광장과 시청을 밝혔던 촛불 속에서처럼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9월 23일 저녁 7시, 청계광장에서 만나게 될 평범한 촛불들의 연대가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좀 더 서럽지 않고, 좀 더 아프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횃불이,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만인선언’에 함께 해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만인을 위한 행동’에 함께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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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만인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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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손

    400일 춥고 배고픈 가운데 투쟁이라 정말 눈물나는 이야기 이네요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은 더 답답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제가 감히 부탁드림니다
    조그만 이랜드매장 사장님에게 목숨걸지 마시고 모든것이 풍성하신 하나님께 구하여 넘치는 축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앞에 가서 무릅꿇고 400일을 기도하셨다면 무슨 소원이든 다 이루셨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천지만물을 지으신 전능하신 하나님은 못하실 일이 없으신데 딱 한가지 못하는것이 있으신데 그것은 거짓말을 못 하신다는 것입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것이요 찿으라 그러면 찿을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것이요 찿는 이가 찿을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것이니라
    너희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하면 돌을주며 생선을 달라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자식에게 좋은것으로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게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7:7-11)
    박성수 사장님도 이 하나님 말씀믿고 순종하시면서 기도하여 받은 축복이지요 당신이라고 되지말란법 없으십니다
    사람을 믿으면 실망하지만 하나님을 믿으면 소원을 이룬다 하셨습니다.

  • 길손

    이 병은 평생 못 고칠 병으로 알았는데...
    우리집은 2층이고 우리집 아래 1층에 이차연 집사님이 사십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같이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면서 얘기도중 그 집사님은 관절염으로 고통하면서 사신다 하셨습니다
    증세를 물으니 온 전신 뼈마디마다 움직일때 소리가 나고 통증이 있다 했는데 특히 턱 관절이 아파서 음식을 먹든가 입을 벌리면 아프다고 상을 찡그리셨습니다
    집사님! 기도하면 낫는데 왜 목사님께 기도 안받으셨어요? 하니까
    우리교회 목사님은 안수기도 잘 안해 주시는 분이시고 또 언젠가 아푸다 하니까 병원에 가서 진찰 받으시고 의사분이 하라는대로 하라고 하셨다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가서 진찰 받으니 다른곳은 말고 턱 관절만 수술받는데도 500만원 든다고했답니다 집사님 우리교회 오셔서 기도 받으시면 낫습니다!
    우선 지금 우리집에 가서 예배드리고 기도한번 받으십시다 그리고 우리집에 모시고 가서 간단한 예배를 드리고 안수기도를 해드렸더니 좋아하셨는데 몇 번 기도 받으면 낫겠느냐고 묻는것이었습니다
    ^^나도 모르지요... 나는 갈절히 기도만 해드리는것 뿐이니까요 낫는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인데 어떤 사람은 한번에 또 어떤 사람은 4번에 또 어떤 사람은 두세달 만에 낫기도 하니까요... 분명한 것은 그 관절염 반드시 낫습니다
    본 교회가 머시니까 새벽 기도를 우리교회로 나오셔서 안수 받으세요 그리고 밤에도 올라오셔서 기도 받으세요 그랬더니 매일밤 10시도 좋고 11시도 좋고 나는 더워서 빤스만 입고 있을때도 인정사정 볼것없이 문을 두드리고 올라와 무릅을 꿇고 기도를 받더니만 40일 작정 새벽기도을 하시겠다고 맹세하시고 나오시기 시작했는데 2008년 7월 13일(주일)날 마쳤습니다
    그런데 그 집사님은 매번 안수기도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왼손을 턱에 대고 입을 벌렸다 닫았다 실험을 하시는것입니다 목사님 아직도 아픈데요? 이병은 안날것 같아요?
    하이고 집사님! 그런 부정적인 생각하면 안돼요! 조금 시간걸리는것 뿐이고 반드시 낫습니다! 그러면서 기도 하던중 마지막날 안수 기도 해주면서 속으로 이거 안나면 안되는데 하고 안수기도를 마쳤는데 또 턱을 만지작 만지작 하시는것이다
    이제는 내가 물어보기도 무섭고 아이고 저 집사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궁금해서 바라만 보고 있는데 나앗다는 말이 없습니다
    나는 집사님! 40일기도 끝났다고 안나오지 마시고 나을때까지 꾸준히 나오세요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하면서 하루만 쉬고 생각해 보겠다고 하더니만 다시 새벽기도와 밤중에 올라와 기도를 받기 시작하셨는데 7월 16일밤에도 올라와 기도받고 또 턱을 만지작 만지작 하시기에 어쩌나... 생각하고 있는데
    목사님! 저는요 이 병은 평생 못고치는 병으로 알고 살아왔는데요 통증이 없어지고 거의 다 나아졌네요! ^^ 할렐루야! 창조주 하나님은 못 고치는 병이 없으십니다.
    “저가(하나님) 네 모든 죄악을 사 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시103:3)
    기도받고 병 낫는 사람은 그 병만 나을뿐만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료해 주시기 때문에 수심이 떠나가고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고 명랑해지고 마음이 즐거운 자가 됩니다.
    40일 작정기도후 3일 더 기도받고 이젠 턱에 신경안써도 되게 되었다면서 내일 부터는 우리교회에 안 나오겠다고 하고는 다시 오지 않으셨다
    서운하기도하고 배신감 같은것을 느끼는것은 왜일까?... 어찌되었던지 하나님 감사합니다

  • 민노충

    빙신들...!!
    아직까지 80만원 불쌍한 아줌마, 130억 십일조냐?
    그 얘기는 벌써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났는데...
    그러니 네 놈들은 송충이만도 못한 취급에 꼴통 소리를 듣지.
    이젠 비정규직 아줌마들도 네 놈들에게 속아 분통 터트리고 있다.
    시대 흐름 좀 읽어라.
    구시대 논리와 전략으로는 이젠 안 통한다.
    130억 십일조????
    지나가는 개가 방구 뀐다...^^^ 빙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