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다양성 전제 없는 신문산업 진흥 무의미

[신문법토론회] 최문순 의원실 주최, 지역신문법, 신문법 개정 다뤄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는 촛불시위가 누그러진 시점부터 본격화 됐다. 오랜 촛불시위로 늦춰진 공기업 민영화 일정을 세차게 몰아부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방송 장악에 우선 힘을 쏟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YTN, KBS 낙하산 인사 논란, MBC 'PD수첩' 압박 등 방송 장악,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상파방송, 보도.종합편성 PP 소유 금지 기업 기준 10조 원 이하로 확대 추진, 코바코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송통신 발전을 위한 기본법 제정 추진, 신문법 대체입법 공식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낙하산 인사가 인적 재편을 통한 방송의 친정부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방송 시장화 정책으로 미디어공공성의 근간을 해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준비중인 방송통신기본법 제정은 융합 미디어에 대한 법제도의 골격을 이룰 전망이다.

신문법 대체입법 추진, 보수세력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구상

신문법 대체입법 추진은 조중동이라는 실체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겸업 허용 문제는 뜨거운 감자인데, 조중동과 자본의 이해가 어울려 신문과 방송, 융합 미디어에 대한 보수세력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구상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오늘(23일) 최문순 의원실이 주최하고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미디어행동 등이 주관한 '신문 다양성.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는 한나라당의 신문법 대체입법 추진을 앞둔 시점에 마련돼 관심이 쏠렸다. 1부 '지역신문법의 의미와 개정방향'은 이용성 한서대 교수가, 2부 '신문법의 의미와 개정방향'은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이 각각 발제했다.

대체입법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 공식화 한 바 있고,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신문발전기금의 일몰제, 신문발전위원회,지역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언론재단의 통폐합을 거론하면서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방통위와 문화부는 신문의 방송 겸영,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종합유선방송(SO) 소유 한도 완화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여론집중 방지장치 완화와 신문진흥 기능 해체를 요점으로 한다는 이야기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2부 주제 '신문법의 의미와 개정방향' 발제에서 2007년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을 기초로 대체입법의 문제점을 짚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조준상 부소장은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고 여론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법에 규정된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의 구분을 아예 없애버림으로써 스포츠신문, 종교신문, 어린이신문 등도 종합일간지와 동일한 시장 범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이처럼 신문의 분류를 없앤 뒤, 월 평균 발행부수가 전국 일간신문(무료신문까지 포함)의 30%를 웃돌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일간신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등 경영자료 신고 의무화 조항도 삭제해,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한 여론점유율을 측정할 제대로 된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조준상 부소장은 이 개정안의 백미는 역시 신문의 방송 소유에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는 대상에 무료신문을 포함시켜 일간신문의 ‘유.무상 판매배포 부수’ 기준 여론 점유율 20% 이상이면 지상파나 종합편성, 보도전문 채널의 지분을 10%까지 갖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 미만이면 방송법상 1인 소유지분 상한선인 30%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되는데, 문제는 한나라당의 기준을 따를 경우 20%를 웃도는 일간신문은 단 한 곳도 없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이 ‘신문산업의 위기 타개’를 여론집중 방지장치 완화의 명분으로 내건데 대해 조준상 부소장은 “신문 산업 안에서 생존의 방안을 찾을 수 없어서 방송에 진출하는 게 필요하다면, 해당 신문사는 신문 산업을 떠나 방송에 진출하는 게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조준상 부소장은 ‘경향성’을 핵심으로 하는 신문과 ‘공정성’을 핵심으로 하는 방송을 두고 겸영 허용을 하는 게 타당한가도 문제 삼았다.

개정안이 신문발전기금에 일몰제를 적용해 소멸시키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데 대해 조준상 부소장은 “‘신문사의 경향 보호와 여론 다양성 유지를 위한 국가의 규율은 모순되지 않는다’며 신발기금 설치의 정당성을 설명한 헌재 결정 취지를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신문 지원기관을 통폐합해 신문재단을 설립하고 위원회가 아닌 독임제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신문기업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는 헌재 결정 취지를 전면 부인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여론 다양성이 전제되지 않는 신문 산업 진흥은 무의미

조준상 부소장은 신문법을 개정할 경우 2006년 6월 29일 헌재의 결정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한국 사회에서 신문산업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여론다양성이 전제되지 않는 신문 산업 진흥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을 ‘개인의 전유물이 아닌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조직체’로 정의한 조준상 부소장은 1인 소유 지분 상한성 30%(특수관계자 포함) 규정과 이를 초과하는 주식이나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또한 권고사항인 편집규약과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신문사 내부의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편집의 자율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준상 부소장은 신문의 개념을 크게 새 축으로 재구성할 필요를 언급했다. 첫째 발행 횟수에 따라 일간신문과 주간신문으로, 둘째, 종합신문과 전문신문으로 하되 정치여론신문 개념을 마련하고, 셋째, 전국신문과 지역신문으로 구분하자는 내용이다. 정치여론신문이란 종합신문과 정치적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전문신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론집중 방지장치의 보완, 강화와 관련 조준상 부소장은 “정치여론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사업자는 다른 정치여론 일간신문을 인수 내지 합병한 결과가 전체 정치여론 일간신문 시장에서 전년 1일 평균 전국 발행부수의 100분의 20 이상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자고 제기했다.

무료신문을 제외한 정치여론 일간신문을 신문시장 내 여론다양성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 신문 간 인수합병의 결과가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 취지이다.

한편 조준상 부소장이 제시한 신문법 개정 방향에 인터넷언론의 진흥에 대한 내용이 없어 기존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구성한 신문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