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며 불꽃으로 피어오른 전태일 열사의 38주기. 11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면 그 곳에 모인 노동자들은 당연히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하여~”로 시작하는 구호를 외친다. 마치 관용구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억하고나 있는 것일까. 정말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일까.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묻은, 아니 자신의 발걸음으로 다시 살려낸 이소선 어머니를 만났다.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고 말하는데요.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뭐예요”
“비정규직하고 같이 싸우지도 않는데, 비정규직을 그렇게 괄시하는데 무슨 전태일 정신이야. 말만 그렇게 하는 거지. 요즘은 오히려 전태일을 말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말 꺼내는 것도 피하려고 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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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선 어머니 |
오전에도 기자회견에 참가하시고 오셨다는 이소선 어머니는 인터뷰를 하러 왔다는 기자에게 “힘들어 죽겠는데, 온 몸이 쑤셔 죽겠는데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하기 싫어”라고 말하곤 고개를 돌렸다. 팔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대를 헤쳐 온 몸이 온전 할리 없다. 한 번 하기로 한 인터뷰는 끝장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얼릉 뛰어나가 파스를 사왔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픈 곳이라 손으로 짚는 곳에 파스를 붙이자 자리를 찾아 앉으신다.
“어머니 이번 주말에 노동자대회가 있잖아요.”
“아휴. 할 말은 많지만 들어줘야 말이지. 뭘 해봐도 되는 일이 없자나. 점점 더 안 되니까. 이제 나도 할 말이 없어. 그래도 예전에는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고 힘을 합해서 싸울 수 있을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말끝을 흐리던 어머니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비정규직 사람 취급 안 해주잖아. 정규직 노동자들이면 비정규직이랑 당연히 함께 해야지. 한 사람이라도 더 함께 하려고 해야 하는데. 서로 힘주면서 같이 살아야 하는 거잖아. 근데 같은 노동자끼리도 같이 못하니 뭘 할 수 있겠어.”
어머니는 얼마 전 있었던 현대차지부의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를 하나로 합치는 1사 1조직 안건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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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가 죽기 전에 그랬거든. 노동자며, 학생이며, 농민이며 다 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말이야.”
“전태일 열사가 살아있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했겠죠?”
“살아있다면, 그리고 40년이란 세월동안 마음이 안 바뀌었으면 죽으나 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했겠지. 비정규직과 함께 싸웠을 거야. 다 함께 해야 한다고 죽기 전에도 말했으니 말이지. 태일이가 이렇게 말했어. 자기가 죽으면 벽에 조그만 창구멍 하나가 뚫리는 거라면서 빛이 조금 들어오면 그거 보고 노동자들이 하나가 돼서 싸우고 권리를 찾으면 점점 그 창구멍이 커진다는 거야. 그 창구멍이 활짝 열리게 함께 싸워야 한다는 거지. 그게 점점 넓어지면 노동자들은 싸우지 말라고 해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거라고. 근데 지금 창구멍이 있나 모르겠어. 다들 자기 살기만 바쁘지.”
어머니가 또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벌써 세 대째다.
“어머니, 이명박 대통령이 제일 못하는 건 뭔 거 같아요?” 또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
“태일이 말마따나 대통령은 만민의 어버이신데. 어려운 사람들부터 살펴봐야 할 것 아니야. 누군 지금도 못 먹어서 배고픈 사람이 있냐고 말한다지. 내 집 앞에 사는 할머니는 쓰레기봉투 살 돈이 없다며 몰래 몰래 쓰레기를 버리더라고.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든데 이 사람들을 짐승만도 취급을 안 해. 이 나라 누가 만들어 왔어. 붓대 들고 있는 사람이 만들었어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만들었어. 노동자들이 만들고 키워놓은 거 아니야. 법이 있으면 뭐해. 전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 건데. 구치소 가봐. 돈 많은 사람들은 잠시 들렸다 가지.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다 머리수 채우고 있는 거 아냐. 근데 왜 노동자를 보지 않는거야.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죽겠다고 곡기까지 끊어가며 살려달라고 하는 거냐구. 점점 더 심각해지고 더 못살게 되는 거야.
이명박 대통령에게 꼭 말하고 싶어. 사람은 행한 대로 받는다고 했거든. 내가 팔십년 살아보니까 알겠어. 잘한 것도 지가 받는 거고 못하는 것도 지가 받는 거야. 제발 자신을 생각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벌레처럼 생각하지 말고 최소한 불쌍한 사람들이다고 생각하라고. 낮은 사람 먼저 챙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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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들이밀고 있던 카메라를 끄고 얘기를 이어갔다.
“내가 제안하나 할까”
“뭔데요”
“촛불집회 때 보니까 닭장차 많더만. 그거 이명박 대통령한테 3만 대, 딱 3만 대만 준비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준비할 수 있으면 우리도 그 차 가득 채울 사람들 만들어보는 거야. 그렇게 보기 싫으면 우리가 거기 다 탈 테니까 확 실어서 구치소든 어디든 다 치워버리고 지들끼리 한번 살아보라고 말이야. 보기 싫다며. 그래서 조계사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잡아가는 거 아냐. 근데 우리도 한꺼번에 일어서지 못하니까 열심히 하던 사람들 조계사로 몰아 넣은 것 아냐.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 그렇게 우리가 보기 싫으면 싹 다 잡아가 보란 말이지. 노동자도 농민도 빈민도 장애인도 싹 다 말이지. 그럼 지들끼리 살 수 있을 것 같지. 이제 겨울인데 보일러 터지면 누가 고칠거야. 길거리에 쓰레기는 누가 치울거야. 공장은 누가 돌아가게 할거야. 그래야 누가 진짜 중요한 사람인지 알지. 우리 이거 제안해 보자.”
어머니 얼굴이 환해졌다.
“제가 기사에 꼭 넣어볼게요”
“딱 3만 대만 있으면 될거야. 한꺼번에 말이지. 한꺼번에. 잘 사는 사람 몇 명만 남기고, 전부 집에서 안 나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3일만 집에서 안 나와봐. 딱 3일만. 주동자도 없어. 나는 그냥 아파서 못 나간거구. 누군 집안에 일이 있어 못 나간거구. 딱 3일만 한꺼번에, 다 함께 해보자. 이게 혁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