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골프장 대신 체육공원을”

막판 교섭 중, 정책 방향 차이부터 감정의 골까지 쉽지 않은 교섭

서울시 태도변화 없이 노사 갈등 해소 어려워

서울메트로(1~4호선) 노사가 오는 20일로 예고된 노조 측의 파업을 앞두고 오늘(18일) 오후 5시부터 10차 본교섭을 진행한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서울메트로 측의 민간위탁 및 외주화, 그리고 20%의 감원 계획이다. 이는 서울시의 ‘창의시정 구조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서울시는 오는 2010년까지 산하 5개 공기업 총 인력의 17.3%인 3천 406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2010년까지 2천 88명의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메트로는 이미 8개 역의 역무와 유실물관리센터, 차량기지 구내운전 업무를 외주위탁했다.

이에 서울시의 태도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서울메트로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오로지 감원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단독 승무, 안전인력 감원, 열차 점검업무 축소 등 극약처방을 가하고, 돈벌이가 목적인 사기업에 시민안전을 내맡기는 것은 지하철 안전을 팽개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사측과 서울시의 각종 구조조정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 “교섭 중 폭언과 협박 일삼아” vs 노조, “노조 말살 책동에 무더기 보복 징계만”

이렇게 핵심 요구사항을 놓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 교섭을 진행하며 쌓인 감정의 골은 합의 타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어제(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교섭 도중 폭언과 협박을 일삼는 등 파행을 거듭해 왔다”라며 교섭 난항의 이유를 노조 측에 돌렸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성실교섭을 통해 시민을 위한 공기업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돌아온 것은 노조무력화, 말살책동이며 무더기 보복 징계뿐 이었다”라며 “일방적 구조조정을 추진한 지 불과 반년여 만에 30명이 해고에 처해지고 60여 명에게 직위해제 등 중징계를, 또 140여 차례 고소고발을 가하는 폭력적 탄압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메트로 노사는 오늘 진행되는 10차 본교섭에서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밤샘 교섭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노조 입장에서는 이미 한 차례 파업을 유보한 바 있어 선택의 폭도 넓지 않은 상황이다.

지하철 운행 공공기관이 골프장 운영?

이런 가운데 서울메트로가 골프장을 운영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70억 원의 돈을 들여 수익사업의 하나로 서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 1만 2천 240제곱미터의 크기에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겠다는 것. 이 공사는 다음 달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도 서울 구로구 천왕동 천왕차량기지에 3만 3천 945제곱미터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하철노조는 “공공부지를 활용해 골프연습장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과연 공공교통기관의 운영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라며 “전동차에 대한 검수와 정비가 이뤄지는 차량기지 내에 이 같은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사리에 맞지도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번 서울메트로의 골프장 건설 계획이 노사 갈등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백보 양보해서 재원 마련을 위한 수익사업 개발이 시급하더라도 이는 지하철 교통 인프라 활용과 기술개발 등을 꾀해야 할 일이지 골프연습장과 같이 분별없는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유휴부지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쉼터와 체육공원을 조성해 혜택을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유지업무도 노사 갈등 증폭에 한 몫

한편, 서울지하철노조의 이번 파업의 큰 걸림돌은 필수유지업무이기도 하다. 지난 9월에도 이 때문에 서울지하철노조는 파업을 유보해야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서울지하철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시 열차 운행률을 평일 65.7%, 출근시간에는 100%로 결정한 상태다. 합법파업을 하기 위해서 노조 측이 이를 지켜야 한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사실상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도 서울지하철노조는 합법파업을 위해 이를 최대한 지킨다는 입장이다. 이런 노조 측의 노력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장기파업에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필수유지업무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를 정확히 반영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