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대 아이엠쏘리(I'm sorry) 뉴스

이주노동자방송국 "2008년이 가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해주시오"

방송과 언론사에서 10대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과연 이주민과 관련된 핫 이슈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이주노동자방송국은 2008년 발생했던 사건 중 이주민들에게 미안한 뉴스만을 모아 소개한다. 2008년 '다문화'란 단어가 마치 ‘유행’처럼 강한 향기를 풍기면서 지나간 후 세계 경제 위기 속에 내년에는 각종 다문화 행사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관련 단체들이 새 정부의 다문화 코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08년을 장식한 10대 아이엠쏘리 (I'm sorry) 뉴스를 살펴보며 올 한해가 다 가기 전에 정말 이주민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보면 어떨까? - 편집자 주

1.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끊이질 않아


베트남 이주여성 쩐띠 란이 입국한지 한 달이 채 못돼 경북 경산시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했다. 쩐띠 란의 모친은 딸의 자살 소식을 믿을 수 없다며 경찰에 엄격한 수사를 요청했으나, 쩐띠 란의 유서가 돼 버린 일기장의 의혹을 남기고 자살로 최종 결론 났다. 또 부산에서 한 중국동포 이주여성의 소개로 재혼한 시숙이 아내가 가출하자 중국 동포 여성을 원망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한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계획적으로 한 여중생을 성폭행하려하다가 반항하자 흉기로 수십 번 찔러 살해하는 잔인한 사건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어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한 한해였다.

2. 법무부와 출입국의 화려한 일대기


출입국관리법 개악, 그리고 하혈 중인 임산부 보호에서 심장병 환자 방치, 단속 사망사건 그리고 마석 미등록 이주노동자 토끼몰이 단속까지 법무부와 출입국은 2008년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썼다. 법무부 출입국이 고용허가제의 안정된 실시를 위해 단속을 강화했고, 실적 위주의 무리한 단속을 하다 보니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하혈하는 임산부를 보호하고 심장마비를 일으킨 이주노동자를 방치해 사망하고 단속을 피해 도망하다 추락하여 부상을 입는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적지 않은 한 해였다. 마석에서는 검경 단속반원 200여명이 마을 입구를 차단한 채 100여명의 이주노동자를 토끼몰이 단속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3. 대형 참사 속 어김 없이 발견되는 동포의 쓸쓸한 그림자


연초에는 이천 코리아 2000 냉동창고 화재와 연말 서울 강남 고시원에서 난 화재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 동포였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반겨주지 않는 고향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동포들의 설움은 올 해 극에 달했다. 자유왕래만이 이러한 참사의 재발을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는 사건들이었다.

4.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실시


법무부가 이주여성들의 한국 적응을 돕겠다는 미명아래 국적취득 조건으로 이주여성들이 일정 시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정책을 제시해 시민사회로부터 “성인지적 관점이 부족한 동화주의” 란 비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230여 시간이 소요되며, 일주일에 3시간 수업 이수 가능하며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수한다고 해도 2년 동안의 시간이 꼬박 든다.

5. 이주노조 집행부 ‘표적단속’


이주노동자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이주노조에게는 올해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 집행부 3인이 동시에 ‘표적단속’ 돼 강제추방 당했고 올해 새 집행부 2인도 결국 ‘표적단속’으로 추방당하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상상 속에서 조차 불가능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 1기 이주노조 수석 부위원장이었던 샤킬 모하메드 또한 산재 환자를 위한 직업교육 기회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이주노조 활동을 했다며 체류를 연장해주지 않아, 소송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귀환해야 했다. 한편 이주노조 합법화와 관련 이주노조와 노동부의 노조 설립신고에 대한 소송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6. 남파간첩 원정화 사건

원정화가 탈북자를 위장해 간첩활동을 해온 것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제2의 마타하리‘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미디어의 탑을 차지했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탈북인 사회. 쥐꼬리 만도 못한 지원금으로 생활하기도 힘들고 탈북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어렵게 견디면 살아가는 탈북자들에게는 미디어에 조명된 원정화의 이미지가 독침으로 돌아왔다.

7. 서울대병원의 이주노동자 지원활동가 연대보증 지불 소송사건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원센터 활동가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기다리던 한 이주노동자 응급환자를 위해 연대보증을 섰다는 이유로 4000여만원의 치료비 지불 독촉을 받다 병원측이 소송을 제기해 차압위기에 처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송을 제기한 병원은 다름이 아닌 국립병원 서울대학교 병원.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측에서 모금을 통해 일부 납부 했으나 병원 측이 완불을 요구해 현재 소송 중이다.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90만원의 활동비를 받으며 봉사활동하고 있는 선한 이웃에게 감사의 표창장은 없었다.

8. 경기침체, 이주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원망의 화살

새 정부의 기업 친화적인 마인드가 이주노동자보다는 고용주들의 부담을 탕감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숙박비와 식대에 대한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식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비전문인력 정책 개선안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때에 따라선 거꾸로 갈 수도 있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한국 사회에 던져 주었다.

9. 18대 총선서 최초 이주민 비례대표 후보 주디스 헤르난데스와 이애란 후보 낙선


제18대 총선에서 최초의 이주민 비례대표 후보가 나와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주디스 헤르난데스와 탈북자 이애란씨가 그 주인공. 소속 정당의 득표율이 저조해 금뱃지는 달지 못했으나, 선거유세장에서 연설을 하고 길에서 주민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하는 두 이주민의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한편 주디스 헤르난데스가 소속 정당인 창조한국당에서 순번 7을 받는 것을 보고 실망한 여성정치연구소에게는 다음 선거에서는 이주여성 의원을 만들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10. 법무부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부상자 협약위반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환자들이 정부로부터 큰 포상을 받고 한국에 잘 적응하여 살고 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추측과는 달리 화재 참사 피해자들은 중상자와 경상자로 분류돼 경상자로 분류된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단속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처지에 놓였다. 중상자들 또한 언론의 플래시가 사라진 이후 후유장애로 고통 받는 힘든 몸을 이끌고 일용직 노동자로 연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놓고 “준다, 못 준다"를 번복하는 ‘생쇼’를 하고 있다. 한편 여수 외국인보호소는 내부공사를 마치고 다시 이주노동자를 재수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