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혁신연구소에서 주최해 ‘대 공황기, 진보진영의 대안은’이란 주제로 오랜만에 진보진영의 다양한 정파들이 모여 연대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국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토론회는 18일 민주노총에서 열렸다.
진보진영은 지난해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연대 건설 과정의 분열, 촛불 이후 민생민주국민회의를 놓고 벌어진 민주당에 대한 입장차 등으로 갈라졌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민주당과 사안별 연대 가능성을 긍정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주범인 민주당 문제를 모호하게 처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당, 노동조합, 시민, 사회단체의 단결이 중요하지만 반신자유주의라는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체 대중투쟁을 지도하고 대표하는 단위를 만드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민영 처장은 “대단한 기구를 만들기 보다는 대중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 속에서 민주당을 미리 배제하는 건 불필요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도 “민주당을 현실정치에서 갈라치기하고 배제하면 끝도 없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진보정치 통합 “반성부터 하자”
박승흡 최고위원은 진보정당들이 “다들 합칠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 상태”라고 표현했다. 박승흡 최고위원은 오는 4월 재보궐 선거 가운데 울산 북구 선거의 경우 “후보 단일화를 못하면 비전이 없다고 하는 의견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호들갑을 떠는 것이고 위기를 과잉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보궐선거에서 선거연합이 쉽지 않겠지만 부정하진 않는다. 이 문제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양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선험적으로 배제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박성인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집행위원은 “연대에 대한 논의가 결국 재보궐 선거로 모이는 것은 길게는 20년 간의 노동자 정치 운동이 선거와 의회의 문제로 가버렸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인 집행위원은 “지난 10년간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모든 성과는 의회 안에서 민주노동당으로 모두 수렴되었으나 모두 말아먹었다”고 말했다. 박 집행위원은 “이에 대한 자기반성과 책임을 전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백날 함께 하자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어떻게 할 건가
민주노총의 진보정당 통합 제안을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이견도 드러났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오는 21일 열릴 대의원회에서도 쟁점이 될 것이다.
김명호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지지 방침 없는 통합운동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김명호 집행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중심성을 분명히 하지 않고 양비론, 제3지대 통합론 등은 통합을 이루기 보다는 대중조직의 역사적 운동의 성과를 일개 분파로 평가절하 하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한석호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 집행위원은 “배타적 지지방침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석호 집행위원은 “민주노총의 제안이 나름 의미도 있지만 진정성을 가지려면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진보신당, 사회당, 여러 사회주의 정당 건설흐름에게도 배타적 지지방침을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필요성도 나왔다.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민주노총이 반MB-반신자유주의 범진보연대를 추진하고 촛불네티즌 까지 결합하는 대중 참여형 정당으로 재창당해 진보대연합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임금 모두 잃을 수도”
금속노조 등의 제안으로 떠오른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대한 견해차도 드러났다.
토론회 참석자는 대부분 금속노조의 ‘해고 반대, 총고용 보장’ 제안에 긍정했지만 임금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운영위원은 “투쟁과 대중적 강제력이 없는 교섭 중심의 고용-임금 빅딜은 임금도 뺏기고 나중에 고용보장도 휴지조각이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 최소한 물가인상분은 반영돼 한다”고 했다.
박하순 현장실천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정책위원도 “임금총액으로 보면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이 삭감된 상태”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임금동결이나 임금삭감을 전제로 한 총고용 보장에 반대했다. 박하순 정책위원은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고용과 임금의) 교환을 계획한다면 고용과 임금을 모두 잃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석호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 집행위원은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하면 임금동결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본과 정권의 태도를 고려해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