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공무원 봉급 기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공무원들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반강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선공무원들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구호에 휩쓸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송파구, 동의도 없이 '봉급 기부' 발표
서울 송파구는 지난 12일 "공무원들의 성과상여금과 업무추진비를 줄여 30억 원을 마련해 6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파구는 이 같은 발표를 하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자발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송파구는 공무원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우리 주머니를 털어 일자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봉급을 털어 구청장이 생색내는 일이면서 '왜 한마디 동의도 없이 추진하냐'는 성토가 직원들 사이에 쏟아졌지만 직원들이 개인적으론 문제제기 하기는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언론 보도 후 전국공무원노조 송파구지부는 구청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등 반발했다.
계획을 입안한 송파구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지난 13일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사전 동의 과정 없이 사업이 추진됐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에 대해 "직원들이 '성과급 100%를 다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왜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어렵고, 빨리 진행하려다 보니 (의견수렴을) 하지 못하고 발표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제점이 있으면 차후에 보완해 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송파구청은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지 확정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구청 직원들이 동의하면, 재무과에서 봉급에서 일정 부분을 떼면 된다"고만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과 한번이라도 상의한 적 있나"
서울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서울시 공무원들의 자발적 봉급 기부와 경상비 절감으로 총 100억 원 규모의 '희망일자리 창출 펀드'를 만들어 약 1천 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는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공무원 당사자들과 진지한 의견수렴과 동의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 사무국장은 "서울시와 정부는 일선 공무원들과 한 마디 상의도 안하고서 자발성을 운운하고 있다. 사실상 반강제적인 공무원 호주머니 털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이 문제와 관련한 국회 답변에서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봉급삭감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