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학교 서열화 ‘우려가 현실로’

교과부 결과 발표에 교육계 비상

일제고사 결과 공개로 인한 서열화는 없다던 교과부가 교육청별 학생 성적을 공개하고 나서 파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교과부는 서울의 강남북, 도농간 차이 등 지역 간 계층간 격차를 무시한 채 성적 차의 원인을 학교와 교사에게 돌리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열화는 없다더니… 무한경쟁 시작되나?

교과부는 16일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180개 지역교육청의 성적을 모두 공개했다.

  교과부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및 180개 지역교육청의 성취도 수준을 나열하는 자극적인 방식으로 일제고사 결과 및 학력 미달학생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강성란 기자

이번에‘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3단계로 나눠 공개된 성취수준으로 이들은 1등 교육청부터 180등 교육청까지 줄줄이 석차를 통보 받은 꼴이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즉시 대책발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서는 등 불똥이 튄 교육청들은 대응 방안 논의에 고심중이다 . 언론들도 일제히 지역 간 성적 차이를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등 성취수준 결과 공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해 8월 교과부는 2010년부터 전국 학교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3단계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과부는 “3등급 공개로 학교 서열화를 막겠다”고 강조 했지만 이번 교육청 성취수준 공개를 통해 3등급 공개가 서열화를 막는다는 말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전교조는 성명을 내고 “교과부가 앞장서 비교육적인 성적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제 학교 현장은 올 10월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한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며 갖가지 비교육적 파행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ㅁ초등학교에서 부진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박 아무개 교사도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할 때는 그 아이를 꾸준히 지켜본 담임 교사의 추천을 받는다”면서 “한 번의 시험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력 차 원인은 고교 평준화?

이날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초등학교 6학년생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 단계로 올라가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했다”면서 그 원인을 ‘하향 평준화 정책 결과’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진보신당은 논평을 통해 “중학교와 고교에 올라갈수록 미달 학생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학력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다양한 거부행동으로 읽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충남의 이 아무개 교사 역시 “기말고사, 고교입시 등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험을 앞둔 아이들이 이 시험을 제대로 봤겠느냐”고 반문하고 “중, 고교로 가면서 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난 것은 하향평준화가 아닌 시험에 임하는 아이의 자세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2005년 교육개발원 역시 평준화-비평준화 지역의 학업성취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평준화 지역의 고교생이 평준화를 실시하지 않는 고교생에 비해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모든 책임은 학교와 교사에게로

교과부는 ‘기초학력 미달학생 해소방안’을 발표하며 학업성취 향상도를 △학교평가에 반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 기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내세워 학교장에게 교원 초빙권을 정원의 50%까지 확대하고 전문성 부족 교원에 대한 전보 요청권을 부여하게 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전교조는 “교과부가 교육정책의 실패를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하고 학생, 학부모의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강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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