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가 청와대다”

사복 경찰이 둘러싼 예술의 전당, 집회도 1인시위도 봉쇄

퇴근길 예술의 전당 음악당, 늘어선 사복 경찰

23일 오후 6시 예술의 전당 앞. 음악당 주변에는 200여명의 사복경찰이 대기, 검색대가 놓여진 2개의 입구를 뺀 모든 출입구를 막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여기서 자기들 억울한 사연을 시민들에게 알리려 했으나 사복경찰에 제지당했다.

  예술의 전당 음악당 주변으로 사복경찰이 배치되었다


박영흠 공공노조 업종지부 조직국장은 “경찰들이 음악당 입구에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 출입시켰다. 어떤 공연인지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설명조차 없고 출입구에서 인명부를 대조하는 걸 보니 사전에 초대된 사람들만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대균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은 “우리는 이미 집회신고도 했고 매일 이 공간에서 이 시간대에 시민과 만나왔다. 당신들이 막아설 이유가 없다. 우리는 1인 시위를 할 것이다”고 항의했다.

  음악당은 2개의 출입구에 검색대가 설치되었고,나머지는 봉쇄됐다


“오늘은 여기가 청와대”

신원을 밝히지 않는 사복 경찰은 누가 참석하는 공연이냐는 합창단원들의 항의에 “여길 보면 모르겠냐. 오늘은 이곳이 바로 청와대다. 선전전을 비롯한 1인 시위도 할 수 없다. 2인 이상 이렇게 모여 있으면 집시법에 위배되어 연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공연 시작 10분전, 주변에 깔려있던 사복경찰이 합창단을 에워쌌고, 1인 시위를 비롯해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의 이동조차 막았다.

  합창단원이 이동하려 하자 사복경찰이 수명이 그를 에워쌌다

  경찰은 한동안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을 에워싸고 1인 시위 및 이동조차 막았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은 연이어 항의하며 “당장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대통령이 온다고 아무것도 못하게 손발을 묶어버리는 나라가 나라냐, 이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럽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국가의 예술정책 관장하는 문광부가 책임자

같은 날 오후 2시 국립오페라합창단은 문화관광부 앞에서 문광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보름 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원들은 이번 사태에 문광부의 책임있는 대안을 촉구했다.

  문화관광부 앞 기자회견


구권서 공공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이소영 단장은 상임화하고 싶지만 문광부가 허락할 것 같지 않다고 하고, 문광부는 인사문제는 단장의 재량에 달린 만큼 이번 해고에 책임이 없다고 한다. 어느 쪽이 진실이냐”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두 단체를 비판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단체장의 단체운영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문광부의 직무유기이고, 국가의 예술정책을 관장하는 문광부가 가장 일차적 책임을 갖는만큼 책임있는 입장 표명과 국립오페라단 정상화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혜전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은 “대학 졸업하고 동기들 유학갈 때 국립오페라합창단에 들어왔다. 급여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했다. 저희의 바람은 하나,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것 뿐, 우리에게 힘을 달라, 최고의 무대로 보답하겠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5시경 국립오페라합창단 대표들은 문광부 예술국장과 면담을 했다. 면담에 다녀온 조남은 지부장은 “사측이 제시한 사회적 기업(참세상 2월 17일 기사)에 왜 들어가지 않느냐며 이소영 단장과 꼭 같은 말만 하고 있다. 어느 쪽도 책임지려하지 않는다”며 “싸움은 사측이 시작했지만, 끝은 우리가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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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노조 , 공연 , 부당해고 , 예술 , 문광부 , 국립오페라합창단 , 조남은 , 이소영 , 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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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ㅎㅎ

    이명박에서 고용한 용역깡패들..
    민중.노동자들을 때려잡는 유촌장관사설경호팀

  • qnseksrmrqhr

    국립오폐라합창단의 시위는 사전신고및 법에 의거한 정당한 집회시위임에도 저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합니다.법에의존하는 행위를 막는것은 법을 어겨 행동을 하라는 말씀과 같습니다.이 분들의 말씀을 경청해 주셔야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내 건강한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 마음

    힘 내세요.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더욱 속상한건 오페라계 인사들과 음악원로분들이 전혀 동참을 안한다는 점입니다. 공연 준비할때는 오페라계 동지라는 명목으로 거의 봉사에 가깝게 부탁하곤 했으면서.....정작 생존과 관련된 도움을 필요로 할때는 입을 다무네요. 저는 말없는 그들의 침묵에 적지않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존경해왔던 음악인, 오페라계 분들의 강건너 불 바라보는 듯한 태도에 오히려 개인적으로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하느님은 여러분들에게 행해지는 불의를 그대로 보고 계시지 않을 겁니다. 그 하느님의 분노가 더디 오지 않고 가능한 빨리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