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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착공식에 참여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최은정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박물관 착공식을 보며 누구보다 감격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이용수 할머니는 "오늘은 기뻐서 죽을 것 같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박물관이 완전하게 지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길원옥 할머니는 "박물관은 우리가 아닌 후손을 위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길원옥 할머니는 "13살 때 절단난 나의 몸은 고쳐지지 않지만 뼈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 사람에게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곳곳을 다닌다"며 박물관을 통해 자신의 뜻이 후손에게도 전해지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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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착공식에 참석한 학생이 '희망터 다지기'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최은정 기자 |
무대에서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민간이 17억 원을 모았는데 정부도 염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후,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도 자신이 책임지고 동참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박물관이 기억의 터가 아니라 평화와 여성인권을 드높이는 곳이 되도록 더 큰 연대와 행동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의 반대로 박물관 건립이 난항을 겪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일본에서 온 다카하시 기쿠에 전시폭력문제연락협의회 대표는 "여성의 성피해를 인권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낡은 생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윤종배 전국역사교과서모임 회장은 "평화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해야 하고 여성인권은 그 척도 중 하나"라며 위안부 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만 보는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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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착공식에서 놀이패 걸판이 공연을 하고 있다./ 최은정 기자 |
이어서 박물관 건립 축하인사와 더불어 국내외 모금소식이 전해졌다.
93년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본 후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김혜원 초대사료관건립위원장은 "오늘 주머니를 털어 100만 원을 가지고 왔다"며 이 박물관은 세계인들의 가슴에 평화와 여성인권의 가치를 불지필 것이라는 축사를 남겼다.
양징자 일본건립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11개 일본 단체에서 130만 엔(약 1천 8백만 원)을 갖고 왔다"고 모금액을 밝힌 후 앞으로 5천만 엔(약 7억 원)을 목표로 모금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배우 권해효, 류시현씨의 사회로 진행된 착공식은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했다. 놀이패 걸판, 풍물패 동동의 공연에 이어 가수 마야, 홍순관씨 그리고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씨가 노래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착공식 기념 전시회는 오는 11-15일까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안 메트로 미술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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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착공식을 마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최은정 기자 |
한편 이날 오전 순국선열유족회와 월간순국 소속 20여 명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입구에 '순국선열이 통곡한다 박물관이 웬말이냐'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착공식이 진행되는 도중 10여 명이 무대로 올라가려다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도 박물관 짓는 걸 찬성한다. 그런데 왜 하필 순국선열의 위패가 있는 성스러운 독립공원에 짓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의 반대로 정부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난처한 입장에 놓여 건립 부지 안 매점 건물 철거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