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체제의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리의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G20 참가국 정부들간 경기부양을 위한 공조, 금융규제, 국제금융기구 개혁 등에서 각국 정부의 입장이 엇갈려, 이해관계의 각축장이 될 공산이 크다. 현실 가능한 실효성있는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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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출처: 외교통상부] |
<인터프레스(IPS)>는 31일 "G20 정상회담이 뭔가 결론에 이를 수 있다면, 가장 구체적인 결론은 올해 언제쯤 다시 정상회의를 연다는 결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30일 "하루 회의에서 합의하기엔 벅찬 문제"라며 G20에 모인 정상들이 경기침체 극복과 금융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 방안을 내기는 무리라고 내다봤다. 이번 G20 정상회의 의제의 두 축은 세계 경기침체 극복방안과 금융시스템 강화다.
미국 "재정지출 늘려야" VS 유럽 "과도한 재정확대는 곤란해"
세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적극적 경기부양책 즉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쪽은 미국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천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한 뒤 다른 나라에도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주문해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재정지출 확대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입장이다. 가디언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2천만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 할 것이지만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과도한 재정확대에 부정적이다. 현재까지 G20 나라들은 20조 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더많은 재정지출 확대에 합의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 "글로벌 규제" vs 미국 "각국이 알아서"
지난 11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이번 정상회의에선 금융규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는 금융시장과 금융기구에 대한 글로벌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주장한다. 이그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금융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일수록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시스템 마련을 하자는 목소리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규제를 각국의 결정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또 하나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 이슈는 IMF 개혁 문제다. 그동안 몇몇 주요국가가 정책을 좌우했던 IMF에 대해 개도국들이 개입하고 권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강국은 소수에 집중된 의사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 국가가 IMF 재원 출연 비중을 높이는 만큼 의사 결정권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발 더 나가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세계 공통의 '수퍼통화'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며 현재 '미 달러화 중심 체제'에 대한 도전을 선포했다. 달러를 기축통화 지위에서 끌어내리자는 소리다. 이건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도 새로운 기축통화 구축을 제안하며 중국과 통화체제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IMF의 정책 결정권 비중을 보면 EU회원국들이 전체 투표권의 32%, 미국이 17%를 차지한다. 중국은 3.7%, 인도는 1.9%다.
그러나 IMF에 대한 재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 중국 등 이견이 없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IMF의 대출기능 강화를 위해 IMF의 재원을 5천억 달러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일본과 EU는 각각 1천억 달러, 750억 달러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했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도 중국이 IMF의 재원 조달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개도국들 "보호무역 확산 반대"...자유무역이 빈곤 확대한다는 조사도
G20 정상회의를 2주 앞두고 14일 폐막한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보호무역이 "세계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그러나 실질적 이행여부를 떠나 자유무역이 오히려 빈곤과 실업을 확대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보호무역을 위한 새로운 장벽을 만드는 데 반발하는 국가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다. 한국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스탠드 스틸(Stand Still, 새로운 무역장벽 도입금지)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이를 어기는 국가의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입수해 보도한 이번 정상 선언문 초안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무역 왜곡을 가져올 어떤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나 관련 기관에 고지"하도록 하고 있고 각국 정부는 "금융적 보호주의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돼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세게무역기구(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11월 이후 G20 국가에서 모두 73건의 보호무역조치가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글로벌 무역량이 9% 감소할 걸로 보면서 무역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연합이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실제론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자유무역이 오히려 빈곤과 실업을 확대시킨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3월 발표된 '지구적 빈곤을 위한 싸움-필요를 위한 전쟁(War on Want)' 보고서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 및 남미 국가들을 조사한 결과 자유무역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브라질의 경우 1990-1997년 사이 2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멕시코 마낄라도라에서도 1976-2000년 사이 최저임금이 실질임금 기준으로 5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국제노총(ITUC)도 자유무역의 결과로 개도국에서 수백만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도 내놨다.
각국 정상은 유엔(UN)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무역 원조에 대한 기여를 포함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헤지펀드 등의 위험을 제어하기 위한 규제장치의 마련, 금융기관들의 보수 원칙 마련, 조세천국에 대한 규제 방안도 논의한다.
G20은 1999년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로 첫발을 내디뎠으나,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11월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G20 회원국은 주요7개국(G7)외에, 러시아,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남아공, 사우디, 터키, 유럽연합(EU) 의장국(체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