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지은 자가 그것이 폭로될까 두려워하는 나머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그것을 나타내고야 만다는 뜻이다. 15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이 속담이 떠돌았다. 조선일보가 15일자에 실은 사설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언론을 향한 성폭행적 폭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여성위원회 회의에서 국가기관만 시행하고 있는 ‘성매매 예방교육’을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기업까지 확대 적용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언론사를 언급한 것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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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회의원이라고 특정 직업 사람들을 한 묶음으로 묶어 이런 식으로 모욕을 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불쾌해했다. 김상희 의원의 발언을 보도한 다른 언론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김상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왜 유독 조선일보만 성매매 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발끈하고 나서는가”라고 지적했다.
여성위원회에서 김상희 의원의 발언은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 등 언론사의 핵심 간부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폭로 이후 재발방지책을 여성부 장관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 제기에 변도윤 여성부 장관도 적극 고민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조선일보의 분노는 김상희 의원의 가족과 여성운동 이력,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로까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만일 김 의원에게 남편이 있는데 어느 국회의원인가가 김 의원 남편 직업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성매매로 단속된 사람이냐를 묻고, 그 직업에 대해 성매매 방지 교육을 시키라는 식으로 모욕을 줬다고 해보자. 김 의원과 김 의원의 자녀들이 그 국회의원에게 무슨 생각을 갖게 되겠는가”라고 하고, “언론인의 자녀들이 김 의원의 발언으로 얻게 될 마음의 상처를 만분의 1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언어 폭행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조선일보는 “5년 내내 언론을 폭행하던 노무현 대통령 사람답다”며 “무명의 자신을 졸지에 장관급 자리까지 발탁해주었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지금 언론인들 얼굴에 오물을 던져대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김상희 의원은 “내 발언과 본인의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경력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묻고 “선량한 대다수 언론인과 조선일보 임원을 등치시켜 공분을 일으킴으로서 소위 장자연 리스트에서 벗어나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상희 의원은 “조선일보가 그토록 떳떳하다면 이렇게 과민반응 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경찰조사를 받고 혐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될 문제”라며 당 차원의 대응과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수호 최고위원을 필두로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른 야당과 함께 특검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조선일보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이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호부호형을 금지 당했던 홍길동의 예를 들며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살아있는 권력, ‘땡땡일보’가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흡 대변인은 “조선일보에 저항한 이정희, 이종걸 의원의 모습이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침묵의 카르텔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