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2년 이상 쓰면 그게 정규직"

시민사회단체 비정규·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나서

여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을 밀어붙이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정규직 확대와 최저임금 삭감은 결코 경제위기 해법이 아니라며 강력한 저지운동을 선언했다. ‘비정규법·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범국민행동(준)’, ‘비정규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자본위기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 등에 속한 단체들은 16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법·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제 시민사회단체 공동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확산시키기 위한 악법이며 기간연장 및 파견허용업종 확대는 경제위기를 틈타 비정규직을 더욱 빠르게 안착화-일반화 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한나라당의 비정규법 4년간 한시적 유예 역시 “경제위기를 빌미로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비정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최저임금 유예 또는 폐지 운운은 최저임금 자체를 하락 시키려는 시도”라고 못박았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쓰면 그게 정규직이지 어찌 비정규직이냐”고 비난하고 “비정규직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 비정규직법 폐기가 안 된다면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버리는 기업을 강력히 처벌해야 하고 그것도 못하면 정규직 전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경제위기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함께 했다.

이영수 GM대우 사내하청노조 사무장은 “GM대우는 비정규직 4월에 900명에게 유급휴직을 시켰고 5월부터는 무급휴직을 시키기 위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수 사무장은 “비정규직에게 무급휴직을 하라고 할 바에는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차라리 해고를 시키라”며 “비정규직의 피를 말리게 해서 자기 발로 나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제일 먼저 희생되는 것은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왜 88만 원, 78만 원 짜리 노동자가 희생해야 하는가? 최저임금만은 경제위기 일수록 더욱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엔 밤새 일하고 잠 한숨 못 잔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40여 명이 함께 했다.

전장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은 “2006년 12월에 비정규 악법을 막지 못한 결과 한국사회에서 기간 정함이 없는 고용 원칙 속에 특별한 경우만 사용하는 원칙이 제도적으로 무너졌다”고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4월 국회에서 비정규 개악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안 상정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비정규법양산법, 최저임금법 개악 폐기 결의대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