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때문에 사라질 자연을 만났다

[현장] 문화연대 한강운하 예정지 답사

정부와 경기도는 한강에 5천톤급 배를 띄우려고 강과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김포에서 아산포까지 14km. 서울시도 움직였다. 공식 발표는 않았지만 서울시의회는 지난 1일 152억원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용산에서 김포까지 15km 구간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5일 주말. 문화연대가 주최한 한강운하 예정지 답사에 함께 했다. 경인운하와 한강운하로 사라질 것들을 정리한다.

  검단산 위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 새들이 물을 먹기 위해 쉬어간다는 갯골이 보인다. 운하로 곧 사라질 곳이다.

첫째, 60%가 잠길 장항습지.

파주 군사보호구역시설 안 장항습지. 군사보호로 지정된 게 다행이다. 사람 손이 닿지 않아 물이 있는 곳이면 제일 먼저 자라는 버드나무가 군락이다. 수 천 년을 쌓여온 촉촉한 습지 위에 버드나무는 뿌리를 깊게 박았다. 버드나무는 탄소, 질소 등을 흡수해 물과 공기를 깨끗이 하는 청정 정화제다. 장항습지는 2006년 4월 주요보호습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장항습지로 들어가는 길.

  장항습지 버드나무 군락. 수 백, 수 천 년을 쌓여온 촉촉한 습지 위에 버드나무는 뿌리를 깊게 박고 있었다.

둘째, 장항습지 속 버드나무와 말똥게, 그리고 고라니

버드나무와 말똥게는 서로에게 의지한다. 말똥게는 떨어진 버드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 버드나무는 말똥게가 집을 짓기 위해 파놓은 구멍으로 숨을 쉰다. 말똥게가 버드나무 잎을 먹고 내놓은 유기 배설물은 다시 버드나무에겐 좋은 영양분이다. 버드나무가 정화시킨 공기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말똥게 옆에는 펄콩개도 산다. 장항습지가 물에 잠기면 버드나무와 말똥게도 볼 수 없다.

“고라니를 보고 가야 행운이 온대요. 고라니 똥이라도 꼭 보세요. ” 답사 길잡이인 생태보전시민모임의 '풀피리'의 목소리에 모두 땅을 쳐다본다. 농사에 해로워 유해조수로 찍힌 고라니는 알고 보니 한국에만 있는 토종 포유류란다. 장항습지에만 200마리가 산다. 습지가 키워내는 수많은 풀이 먹이다.

  말똥냄새가 난다는 말똥게. 정말 게에서 말똥 냄새가 날까하며 코를 들이 댄 순간 모든 의심은 한 순간에 날아간다.

  고라니가 벗어 놓은 털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셋째, 전 세계에 5천마리만 남은 재두루미와 기러기, 꿩

얼마 전 재두루미가 잘 날아사도록 전봇대를 없앤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 세계에 5천마리만 남았다는 재두루미. 장항습지 주변에만 5백마리가 집단 서식한다. 한강 하구는 새들의 천국이다. 기러기, 개리, 꿩, 민물 가마우지, 천둥오리, 저어새, 독수리 등 새들은 알을 낳으러 가기 전 한국에 들러 습지에 사는 풀이며 작은 생물을 먹고 체력을 보충한다. 막무가내로 진행 중인 공사 때문에 새들은 편히 쉬지 못한다. 그래서 알을 낳으러 가는 길에 죽기도 하고, 도착해도 알을 낳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옥황상제가 바루라는 뿌리열매를 캐오라고 땅으로 보냈다는 꿩. 놀고 먹다가 옥황상제가 “뭐 하냐” 물으면 “캐거덩”이라고 울었다는 꿩. ‘ㄱ’자로 날아가 기러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기러기. 잠수 실력이 좋아 어부에게 목이 묶여 사람 대신 물고기 사냥도 했던 민물 가마우지. 흙탕물에서도 휘휘 저어 먹이를 찾는다는, 입이 숟가락처럼 생긴 저어새. 모두 사라질 위기다.

“이해가 안 되면 그대로 둬야 한다. 자연은 이해할 수 없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풀피리'가 장항습지를 떠나 경인운하와 한강운하가 만날 예정인 김포터미널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한 말이다.

  강서습지공원에서 만난 민물 가마우지.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가 자라 있는 습지.

넷째. 한남정맥

김포터미널을 조금 지나 경인운하 공사가 한창인 곳에 도착했다. 경기도 칠현산에서 김포 북성산까지 이어진 한강 남쪽 산줄기인 한남정맥은 두 동강 나 있다. 눈앞에 들어온 운하. 동강 난 산맥 사이로 등장한 경인운하는 서울시와 경기도, 대통령의 한결같이 말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운하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생기고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과 어우러진다던 운하는 그 곳에 없었다. 그저 시커먼 콘크리트 덩어리만 있었다. 저런 흉물이 한반도를 가로지른다면.

  김포에 있는 경인운하 공사 부지. 이곳에는 경인운하 홍보관이 있기도 하다.

  한창 건설 중인 경인운하. 산맥을 두 동강을 내고 콘크리트로 운하를 만들고 있다. 콘크리트 운하가 한반도를 세로로 자를 예정이다.
태그

답사 , 철새 , 대운하 , 경인운하 , 한강운하 , 장항습지 , 버드나무 , 말똥게 , 재두루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꽃맘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