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28일 낮 1시께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 설립을 공식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지지 성명을 냈다. 프로야구 팬들도 지난 2000년 선수협 설립때와 같이 지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손민한 회장(롯데 자이언츠)과 권시형 사무총장은 이날 회견에 나와 “수년동안 협의회 조직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어 500여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단체협상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 노조로 전환”을 밝혔다.
선수협은 노조 설립을 위해 손민한 회장을 위원장으로 노조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구단 별로 선수 두 명씩 총 16명으로 추진위원단을 구성키로 했다. 노조설립 실무는 선수협 법률 지원단과 사무국이 맡는다. 선수협은 이미 16명의 인선을 끝냈고, 노조 설립 움직임은 협회 내부에서 지난해부터 논의해왔다.
선수협의 노조설립에 대해 각 구단과 KBO는 28년째 반복해온 ‘시기상조론’을 또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성명을 내고 “KBO와 각 구단이 2000년과 마찬가지로 구태의연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며 선수협의 노조 설립에 연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프로야구선수노조 결성은 당연한 일이고 미국 메이저리그는 1885년, 일본도 1985년 선수노조가 등장해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2000년 선수협 설립 당시 KBO와 각 구단은 민주노총을 염두에 두고 배후세력과 관계를 끊으라며 배후설을 유포해 선수들을 사실상 협박하면서 연봉지급을 중단시킨채 선수협 가입 확산을 막으려고 선수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선수들을 지방에 격리시키고 감독 등 코치진과 가족까지 동원해 탈퇴를 종용했다. 당시 KBO 총재였던 두산그룹의 박용오씨는 “이러면 프로야구 한하겠다”는 돌출발언까지 해 파문을 일으켰다.
프로야구선수들의 자발적 노조결성 움직임은 지난 98년 한차례 실패한 뒤 지난 2000년 1월 선수협을 만들었다. 당시 1기 선수협은 송진우(한화) 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KBO는 이들에게 “선수협 소속 선수들은 모두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되풀이했다. KBO는 2000년 연말 송진우 선수 등 선수협 집행부 6명을 방출했다. KBO와 구단의 강공은 화를 불러와 미온적이던 선수들의 선수협 가입을 부추겼다. 당시 송진우 선수의 입장을 동정한 팬들과 선수들은 그에게 ‘송 회장님’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선수협의 주축이었던 마해영(당시 롯데), 심정수(당시 두산) 선수는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선수협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2군 선수들은 최소 연봉이 600만원으로 한달에 50만원을 받는 꼴이었다. 선수협은 최저 연봉을 1500만원으로 인상시켰고 연봉의 감액 폭도 기존 50%에서 1억원이 넘는 선수들은 30%, 1억원 미만의 선수들은 25%로 낮추는 등 실질적 선수 권익보호에 성과를 냈다. 그러나 협회라는 조직적 한계가 늘 선수들의 노동3권을 온전히 보호하는 걸림돌이 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