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노조 사무실 앞에는 박종태 열사와 엄씨의 분향소가 나란히 마련되었고, 동료들은 국화꽃을 두고 향을 피우며 머리를 숙였다. 투쟁조끼에는 근조 리본이 달렸고,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가 밤을 새며 엄씨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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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00 씨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었다. [출처: 미디어충청] |
노조는 28일 오전11시30분 평택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삶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가슴에 새기자’고 다짐했다.
금속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동료의 죽음에 쌍용차 노동자들은 마냥 슬퍼하고 엄씨를 그리워할 수만은 없었다. ‘총고용 보장,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전면파업과 굴뚝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재빠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단서에 간단히 적힌 엄씨의 사인은 ‘뇌교출혈, 소뇌실질출혈, 뇌지막출혈’이었다. 27일 담당의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노조는 유족들에게 “의사가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보인다고 말했다.”것을 전해 들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엄씨가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스의 정체에 대해 동료들은 입을 모아 “정리해고의 스트레스가 가정을 파탄내고 결국 엄씨가 사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다.”고 말한다. 27일 장례식장에서 만나 엄씨의 유족들도 “성실하고 착한 사람” “정리해고로 스트레스를 받아 죽은” 엄씨로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반면 회사는 27일 입장을 내고 엄씨의 사망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 사망 원인이 회사의 인력구조조정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그 어떠한 정황도 현재로서는 확인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상시적 고용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린 노동자들
엄씨와 친한 동료였다는 노조 이창근 기획부장은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이후 대량의 정리해고로 인해 노동자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정리해고 명단’, 희망퇴직을 ‘종용’하는 문자 내용, 많은 노동자들의 증언으로 이어지는 희망퇴직 ‘협박’ 전화… 정리해고 통보를 받기 수개월 전부터 이미 노동자들은 해고의 불안감에 놓였다.
또한 이 씨는 법정관리 전 상하이차에 쌍용차가 매각된 뒤에도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고 전했다. 매각 뒤 계속된 구조조정에 전환배치가 일상적이었고 노동자들은 ‘메뚜기 인생’이었단다.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전환배치가 이루어졌고, 비정규직 자리에 정규직이 투입되며 비정규직은 계약해지, 폐업, 정리해고, 휴업 통보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고되었다. 매각 이후 1700명의 비정규직은 현재 300여명으로 줄었고, 2006년엔 정규직도 500여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이 기획부장에 의하면 엄씨의 경우 7년 동안 부서를 4번 정도 옮겼다고 했다.
“신차 개발이 안 되고, 투자 약속도 지키지 않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먹튀 자본’의 행각에 노동자들은 고용의 불안감으로 한 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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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분향소 [출처: 미디어충청] |
목숨을 앗아가고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
노조가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쌍용차노조 조합원 87%는 빚을 지고 있을 정도로 가정경제가 파탄 나 있다. 대출을 갚지 못하고 아이들 학원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리고 결국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정리해고는 살인’이라는 주장이 단순히 기우이길 바랐는데 동료가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왔다며 울분을 터트리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이젠 귀 기울여 봐야 하지 않을까. (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