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파업 5일차. 서울대병원 시계탑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성원개발 노동자들이 줄지어 앉았다.
10년을 일해도 이것 떼고 저것 떼면 겨우 100여 만 원 손에 쥐는 노동자. 회사에 입사할 때 그냥 부르는 대로 임금이 결정되는 노동자.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8만 6천 300원을 인상하는 것과 제대로 된 임금체계, 부족인력 23명을 충원해 달라는 것이다.
▲ 성원개발은 수 십억에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
부차적 업무라며 서울대병원에서는 하청업체에 맡긴 일이지만 파업을 하려하니 노동위원회에서는 중요한 일이라며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순간이다.
“노동위원회에서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할 정도면 서울대병원은 오히려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태인 성원개발분회 분회장의 말이다. 성원개발 노동자들은 병원 내부 공조시스템 관리, 공기정화, 의료용 산소공급, 냉난방 관리, 엘리베이터 관리 등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중요한 일을 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하청 노동자다.
▲ 서울대병원은 증개축이 한창이다. |
서울대병원은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각종 예산 삭감을 요구하자 하청 단가부터 동결시켰다. 각종 증개축으로 필요인력은 늘어났지만 인력은 줄었다. 서울대병원이 하청 단가를 결정하는 즉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결정된다.
“매년 하청 업체 계약할 때마다 심장을 조려요. 서울대병원이 성원개발하고 계약을 종료해버리면 우리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거니까요”
집회를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관리자들은 소음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체크를 하고 각종 욕설을 퍼붓는다. 이날도 전날 “내일도 집회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사측의 협박에 잔뜩 긴장한 채 집회를 준비해야 했다. 필수유지업무 규정으로 가뜩이나 참석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있는데 성원개발 측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인력까지 데리고 와 빈자리를 채워버리고 있다.
“다들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길게 갈 수도 있겠다는 각오도 하고 있어요. 어렵지만 열심히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는 조합원들을 보면 힘이 나요. 이번 파업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당장 내년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싸울 겁니다”
김태인 분회장이 줄지어 앉은 조합원들을 따뜻한 눈으로 쳐다본다.
▲ 성원개발 노동자들은 매일 오전 9시 30분 출정식을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