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자 이를 환영하는 각계 입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야간 집회금지'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환영한다"며 "오랜만에 올바르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린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94년에 같은 조항이 '합헌' 판결을 받았다가 이번에 뒤집힌 것을 들어 '획기적 사건'이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를 맞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평했다.

야당 일제히 환영..."표현의 자유 당연"

우위영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던 현행 집시법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을 도외시한 군사독재의 계엄령에 준하는 위헌적 요소로 가득찬 것이었다"면서 "일몰 이후에도 엄연히 일상활동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판결은 응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을 향해서도 "지금까지 주요도심에서 열린 집회, 시위에 대해 교통방해와 소음 등의 피해사항만을 부각시키며 이를 허가하지 않았지만, 야간집회로 인한 피해문제의 처벌조항은 이미 법률이 충분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선 안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진보신당도 '가뭄에 단비'라며 헌재의 판결을 크게 환영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국민과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과도한 공권력 남용으로 국민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 데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헌법 정신에 입각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헌재를 지지한 민주당은 "촛불집회 등 평화적 행사까지도 이 조항을 앞세워 불허하고 불법집회로 처벌해 온 경찰의 과잉 탄압에 제동이 걸렸다"면서 "마스크 처벌법 등 집시법 개악으로 비판세력을 잠재우려 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분명해졌다"고 논평했다.

'마스크 처벌법'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헌재가 국회에 집시법 조항 개정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위헌 요소를 제거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정희 의원은 지난해 12월에 야간집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집시법 전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그러나 현재 소위원회에 올려져 있는 총 10개의 집시법 개정안 중에는 '마스크 착용금지'나 '시위현장에서 각목을 소지만 해도 처벌'하는 등 형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어 우려된다. 이정희 의원은 "급물살을 타게 될 집시법 개정 논의에 개악안들이 슬그머니 같이 들어가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억울한 '불법시위자'들에 피해 보상하라"

한편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집회법 10조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며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그동안 억울하게 침해당한 기본권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정부를 질책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경찰의 자의적 결정에 의해 얼마나 많이 제한됐었던가"라고 반문하고 "야간집회 금지규정이 수많은 불법시위자를 양산해 개인으로는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국가적으로는 사회갈등을 깊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집시법 10조에 의해 부당하게 손해를 입은 수많은 시민들의 피해에 대해 정부는 즉각 보상조치를 강구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번 판결이 '헌법불합치'로 그 효력을 즉시 발생시키지 못하는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집시법 10조를 즉각 폐기하고 정부의 집회대처 역시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