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청소·식당 노동자들 공동투쟁

하청업체들 짠 듯이 대화거부...28일부터 철야농성

서울대병원에서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집단 파업을 준비한다. 용역업체들이 마치 짠 듯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에는 하청청소업체인 D사에 소속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민들레분회를,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H사 소속 식당 노동자들과 13층 식당 및 직원식당에서 일하는 식당 노동자들은 식당분회로 모여 사측에 교섭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이들과 성실하게 교섭을 하기는커녕 조합원을 징계하고 노조탈퇴공작을 벌이는 등의 행태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참세상자료사진

공공노조 서울본부에 따르면 민들레분회가 있는 D사는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모아 노동조합을 만들어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낸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소송’에 법원이 지난 9월 “회사는 단체교섭 신청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고 오히려 조합원 5명을 징계했다.

H사도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한 것에 이어 탈퇴한 비조합원의 임금만 인상했으며, 13층 및 직원식당의 용역을 수주 받은 J사는 노조의 고용승계와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노조 서울본부는 “청소미화, 장례식장, 식당 업무는 하청을 주었으나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서울대병원 직원들의 위생과 복지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필수업무다”며 “하청업체들이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파업으로 인해 필수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른 지금도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원청인 서울대병원이 묵인 또는 직간접적인 개입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선진화가 오히려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거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있어 문제다. 공공노조 서울본부는 “감사원 지적으로 바뀐 용역, 임대에 대한 공개입찰은 그나마 수의계약형태로 고용이라도 보장되었던 하청 노동자들에게 상시적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악화를 가져왔다”며 “선진화 방안의 일환인 비용절감은 용역계약금 동결로 나타났는데 이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동결, 노동조건 악화를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들레분회와 식당분회는 공동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현재 매일 점심시간 식당 선전전, 환자보호자 선전전, 단체복 입기 등 준법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28일부터는 철야농성에 돌입한다. 29일 오후 4시에는 결의대회도 연다. 또한 식당 용역업체 재계약이 만료되는 31일부터는 공동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