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대화 뒷전 고소고발만 집중”

철도노조 파업 5일째...대통령까지 강경대응 주문에 갈등 증폭

공사·경찰 손발 맞춰 노조 압박...이명박 대통령 “타협은 없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이 5일째를 맞았다.

철도노조는 빠른 해결을 위해 철도공사에 조건없는 대화와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사는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 180여 명의 조합원을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아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29일 공사에 교섭재개를 다시 요청했으며 1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철도공사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에도 파업 첫날부터 5400여 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으며 조합원들을 고소했다. 또한 철도공사는 37억 여 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며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적당한 타협은 없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된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자 검찰은 철도공사가 고소한 조합원들을 신속히 수사해 불법성을 밝히겠다고 나섰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고발 당일 해당 조합원에게 문자메세지로 출석을 요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찰은 30일 김기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집행부 1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다음 날인 27일부터 3차례 출석요구를 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도피할 우려가 없고 파업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소환조사를 미뤄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8일에는 3만 여 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모여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을 비판했다./참세상 자료사진

철도노조, 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

이에 철도노조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했다. 합법적 파업 진행 중이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합법적인 쟁의행위 도중에 경찰청 소속 성명 불상의 경찰관들이 출두요구서를 정식으로 발부하지도 않은 채 문자를 통해 출석을 통지하고 확인도 없이 2, 3차 출석요구를 되풀이 해 전송하면서 체포영장 발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노조는 “(경찰과 검찰은) 합법적인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 하에 무리한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구제 신청의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철도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대통령이 “파업하는 공기업 노조와 타협하지 말라”고 말한 것에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나서서 탈법행위를 조장하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헌법에는 단체행동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철도노조 등의 파업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합법파업”이라며 “헌법수호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초헌법적 발언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허준영 사장이 부임하고 한 일이란 노조탄압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경찰은 전 청장이 사장으로 있는 철도공사가 고소고발을 하지 당일 소환장을 보내 정당한 파업에 개입하는 수준을 넘어 ‘제 식구 도와주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대통령에 공공기관 선진화와 공기업 노사관계 문제를 놓고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대체수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KTX 운행만 집중해 시민불편 가중”

한편 철도공사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운행을 대폭 줄이고 KTX 운행에만 집중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철도노조 합법파업에 따른 필수유지운행율은 KTX는 55%,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60%대로 유지하게끔 되어있다. 그러나 공사는 KTX에 입석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KTX의 운행율을 100%로 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운행 간격이 KTX는 한 시간 당 2~4대, 타 열차는 시간 당 1대 꼴에 불과해 시민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KTX 운행수를 줄이고 새마을, 무궁화호의 운행수를 늘려 시민불편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