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지도부는 산하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등이 요구하는 ‘노조법 합의안 파기·재논의, 지도부 사퇴-임시대의원대회’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4일 한국노총은 노동부-경총-한나라당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2년 6개월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면제) 도입’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산하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들은 즉각 합의안에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화학노련, 정보통신연맹 등 이들 산하 조직들은 ‘노조법 합의안 파기, 재협상,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지도부 총사퇴’등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한국노총 자유게시판에도 한국노총 지도부를 비난하고 사퇴하라는 게시물이 4일부터 끊이지 않고 하루에 100여개씩 올라오고 있다.
법통과 된 후 내년에 평가 받겠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번 합의안에 대한 시행령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는 대의원대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조합원에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합의과정에서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8일 오전 제17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안을 (실태조사를 거쳐) 늦어도 내년 2월~3월 안에는 산하 조직에서 느낌이 올 수 있도록 집행부가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에 정기 대의원대회가 잡혀 있지만 이때까지 시행령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노동부가 밝힌 시점인 3-4월경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지금 입법도 안 된 상황에서 (대의원 대회를 열어)시행령을 논의하는 순서는 안 맞다”면서 “정확히 3-4월이라기 보다는 시행령이 가닥을 잡아가면 그 시기가 그쯤일 거라는 것이고, 2월에 정기 대의원대회가 있으니 그때 가닥이 잡힌다면 2월 대회에서라도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고 담화문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2월 대의원 대회에서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요구를 논의한다 해도 문제는 남게 된다. 산별연맹과 현장의 요구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법안이기 때문에 12월에 임시대의원 대회를 통해 지도부가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재협상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충호 대변인은 이런 연맹과 조합원들의 반발을 놓고 “이미 담화문에서 반발과 분란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으니 가닥을 잡고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안 잡혔지만 그 방향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지도부 사퇴와 재협상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반발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노총 지도부의 뜻대로 갈지는 미지수다. 금속노련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속노련 중앙위나 중집 분위기는 지금 한국노총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분위기와 비슷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3월에 평가를 받겠다는 것은 임시대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고 있다”면서 “일단 지금은 (금속노련이 나서)임시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소집요구 서명 등의 계획은 없지만 다른 산별연맹의 입장이 정리되고 요구가 높으면 그런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련 중앙위와 중집이 요구한 내용을 놓고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한국노총 게시판에 나타난 탈퇴 움직임을 놓고는 “집단적으로 상급단체를 움직이기는 어려워서 회원 조합들 소수가 탈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 조합들이 민주노총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