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345일째.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용산 문제가 극적인 타결을 이루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이룬 결실이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달래고, 짧지 않은 시간을 고통과 눈물 속에 보내었던 유가족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용산 문제의 ‘타결’을 두고 많은 분들께서 아쉬움이 클 줄로 압니다. 저 역시 절반의 승리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이 정권에게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한 욕심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미 345일의 시간 속에서 이 정권의 근본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애초부터 이 정권은 살기 위해 망루로 올라간 이들을 폭도로 내몰았습니다.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목소리를 들어주기는커녕 공권력을 앞세워 무참하게 학살하였습니다. 죽인 것도 모자라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기막힌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살인진압을 한 경찰과 용역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생존권을 지키려한 철거민을 죄인으로 만들었으며, 온갖 사실왜곡과 여론조작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타결을 이룬 이 순간까지도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용산을 넘어 전국토를 대재앙의 늪으로 몰아넣는 살인개발정책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권에게 용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기대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반쪽짜리 해결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가족 분들의 눈물어린 호소와 줄기찬 투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용산 문제를 나의 일로 여기고 함께 해주신 국민여러분의 관심과 끊임없는 발길이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공당의 대표로써, 정치권의 한 사람으로써 진작 이 문제를 분명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용산 문제의 타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돈의 논리, 개발의 논리에 맞서 삶의 터전은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나긴 싸움의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월 9일 장례식은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마지막 배웅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싸움을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셔서 용산 참사의 타결을 면죄부로 착각하는 자들에게 분명한 경종을 울려주시고, 여전히 남아 있는 용산 참사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도록 더 큰 힘과 지혜를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월 9일 장례식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