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청와대 관리에 비하면 김우룡 이사장이야말로 양심 있고 지조 있는 인물이 아닙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던 ‘국격’을 지키는 우국지사입니다.
‘큰집’이란 보통 교도소를 부르는 은어입니다. ‘큰집’의 의미가 이제 ‘청와대’가 되었습니다. 사전의 내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감옥’에 갔다 왔던 이들은 얼마나 영광인가요. 훗날 청와대에 다녀온 이로 후손들은 자랑스럽게 여길 테니 말입니다.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 피의자로 구속된 김길태에 대한 배려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성폭행보다 좌파교육이 문제고, 언론의 공정성보다는 좌파척결이 선결과제인 ‘국격’있는 나라니 말입니다.
알고 보면 교도소나 청와대가 그리 다른 곳도 아닌 것 같습니다. 청와대의 주인치고 교도소에 갈 일을 하지 않은 이가 있었나요? 김우룡 이사장은 역시 엠비씨 사육사답습니다. 언론인의 ‘좌파 대청소’와 함께 언론인의 생명인 ‘말’도 깔끔하게 그리고 ‘국격’있게 정의하였으니.
▲ 방송문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
또한 ‘조인트’라는 말, 이제 군대에서조차 사라질 법한 ‘추억의 우리말’을 살렸습니다. 단순히 말만 살린 게 아닙니다. ‘조인트’라는 말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국민 앞에 폭로하였습니다. 장관 기업인 할 것 없이 조인트를 까며 독재체제를 유지했던 박정희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반문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독재시절과 다를 바 없다고 했을 때. 뭐가 독재냐? 정당한 선거절차에 의해 뽑히지 않았느냐?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는다. 독재정권 퇴진은 말도 되지 않는다. 지금 그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체를 김우룡 이사장이 ‘큰집’과 ‘조인트’를 내세우며 국민들 앞에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엠비씨 김재철 사장과 그 임직원 여러분, 쪽팔려 하지 마십시오. 더구나 억울해하지 마십시오. 용산에서 죽은 철거민의 억울함만 하겠습니까? 아직 살아있고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습니까? 지난여름 자신의 일터에서 단전단수를 당하며 짐승 취급을 받다가 77일 만에 끌려나온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생각하십시오. 아직 감옥에 갇힌 이도 있습니다. 그들은 대리운전에 막노동에 당장 목구멍에 풀칠조차 힘겨워 하는 때에 월급 받으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지 마십시오. 사실 따지고 보면 큰집도 아닌 작은집에서도 조인트 까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김우룡 이사장과 같은 이가 없어 모를 뿐이지 부지기수입니다.
솔직히 말합시다. 김재철 사장 임용될 때 이미 예견된 것 아닙니까. 사장의 출근을 합의해줄 때 정말 이럴 줄 몰라서 파업을 접었던가요. 아니면 김우룡 이사장의 증언이 나오리라 예견하고 잠시 참으셨던 건가요. 정치가 무언지, 정권이 어떨지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언론사에 계시는 엘리트 여러분들이 ‘찌라시’ 취급받는 글만 쓰는 저보다 정말 몰랐습니까?
정말 쪽팔리고 억울합니까? 헤어날 방법이 있는데 따라 하실지 모르겠네요. 이 시대의 억울함과 연대하십시오. 죽음의 처지에 몰리는 억울함과 연대하십시오. 억울하고 쪽팔린 일터 대신 떳떳한 아스팔트를 선택하십시오. 카메라 대신 마이크 대신 민주주의를 손에 움켜쥐고 어깨에 짊어지십시오. 그게 방송인의 생명입니다. 바로 양심 있는 언론인으로 살아남는 법입니다. 아버지가 언론인이었다고 어머니가 방송인이었다고 자식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다 아는 청와대나 방송문화진흥원, 그리고 당신의 일터의 사장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내 양심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어 보십시오. 밤의 대통령이 국민의 귀와 눈을 우롱하며 국가를 조몰락대는 언론사가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이는 언론사가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이 국격 높은 대한민국에 언론인으로 살아남는 법이 무엇일까요? 김우룡 이사장 물러나는 걸까요. 김재철 사장 나가고 새로운 사장 하나 들어오면 끝날까요?
이는 엠비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론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당들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청문회를 한다고 사라질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대한민국 땅에 숨 쉬는 모든 이의 양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