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정치’로 출근 저지의 벽을 타 넘은 김재철 사장이 ‘조인트 파문’에는 대자보 투쟁을 시작했다. MBC 사장의 입장이라며 큼지막한 글씨가 박힌 대자보를 회사 이곳저곳에 붙여놓은 것이다. 김우룡의 천박한 인터뷰가 모두 거짓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니, 대자보라도 붙이고 싶은 울분은 이해할만 하다.
그런데 글을 다 읽고 나니 간신히 가라앉힌 분노가 다시 치민다. 형사 고소의 대상이 김우룡이 아니라 신동아의 취재 기자란다. MBC 구성원 전체를 치욕에 빠트린 ‘조인트 발언’을 취재 기자가 했단 말인가? 기자가 김우룡이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 기사를 썼단 말인가? 문법에도 맞지 않는 막말이 그대로 쓰여 있는 걸 보면 적어도 조작한 기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신동아 측은 김우룡의 막말 인터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녹음해 뒀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우룡이 이런 말을 한 게 사실이더라도 그대로 옮기는 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본 것일까? 아니다. 방문진 이사장이 한 말이고 이 정도의 공익적 목적을 갖추고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법률 상식쯤은 김재철 사장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사고를 친 김우룡은 제쳐두고 기자에게, 그것도 이기지도 못할 고소를 하며 화풀이를 하는 것일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인 김우룡에게 납득할 만한 해명만 구걸하는 김재철 사장을 우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저토록 천박한 말로 MBC의 자존심을 짓밟은 김우룡을 향해 김재철 사장이 아직도 날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우룡은 김재철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우룡은 김재철과 관련해 더 많은 비밀을 더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게다. 김재철 못지않은 럭비공인 김우룡이 다 까발리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아무래도 두렵지 않겠나. 백 번 양보해 김우룡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김우룡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치자. 그래도 김우룡은 김재철의 약점이다. 정신 나간 사람이 임명한 말 잘 듣는 사장이 바로 김재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하나다. 김재철 사장이 김우룡과 함께 MBC에서 사라져 주는 것. 이것이 이미 까일대로 까인 MBC 후배들의 자존심을 김재철 사장이 조금이나마 지켜주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