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 임금인상 및 단협갱신 투쟁(아래 임단투) 일정은 어떻게 설계되고 있을까? 노조는 지난 3월 9일 27차 임시대의원대회 때 요구안을 확정하고 세부전술을 노조 중앙집행위원회(아래 중집)로 위임했었다. 그리고 개정노동법 시행일인 7월 1일 전에 관련 요구안이 담긴 단체협약 갱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파업 집중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겨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었다. 그 뒤 임단투 세부일정 논의를 위한 26일 16차 중집. 이 회의는 대의원대회에서 위임받은 임단투 세부전술 논의를 위한 사실상의 첫 회의였다.
6월 7일부터 12일 간 총파업 주간
이날 노조는 6월 7일부터 18일까지를 총파업 집중투쟁시기로 정했다. 그 기간 동안 중앙교섭 타결을 이끌어내고 그 뒤 지부집단교섭과 사업장교섭 타결수순을 차례로 밟아 6월말까지 올 임단투를 끝내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 이 같은 노조 총파업 주간 설정에 따라 노조 산하 지부와 지회는 이 주간 안에 파업 동참을 위해 일정을 역순하여 교섭전술을 펼치게 된다.
이날 중집 위원들은 5월 25일 쟁의조정신청에 이어 6월 3일부터 이틀간 파업찬반투표를 펼친다는 계획도 확정했다. 4월 20일 현재 중앙교섭은 4차 지부집단교섭은 최대 5차까지 펼쳤다. 쟁의행위찬반투표 때까지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은 각각 9차와 최대 11차까지 진행된다. 이날 중집이 결정한 조정신청과 파업찬반투표 일정은 사실상 중앙교섭에 영향 받는 2만 5천 여 명이 밟게 될 수순이다.
현대기아차와 GM대우차 등 사실상 기업별 교섭을 펼치는 곳의 양상은 다소 다르다. GM대우차지부(지부장 추영호)는 지난 12일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으나 아직 상견례를 못했다. 5월 초순 경 교섭이 시작될 전망이다. 기아차지부(지부장 김성락)는 임단협 요구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지부는 지난 19일 요구안 확정을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시작했으나 아직 회의를 마치지 못한 상태. 두 곳 모두 올해가 단체협약 갱신의 해이므로 금속노조 총파업 주간에 맞추려면 마음이 급하다. 현대차지부(지부장 이경훈)는 올해가 단체협약 갱신의 해가 아니다. 하지만 해외공장생산비율제와 주간연속2교대제 및 금속노조 산별공동요구를 별도요구로 회사와 교섭을 펼쳐야 한다. 지부는 5월 1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중앙교섭 대오와 기업별교섭 대오의 교섭속도가 차이나고 있는 셈이다.
2만 5천명 앞장서고 대기업 대오 뒤따르고
총파업주간을 6월 7일부터 12일 동안 길게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2만 5천여 중앙교섭 대오가 총파업 포문을 연 뒤 총파업 주간 중반 이후에 이른바 대기업 조합원 대오가 따라붙는 형국으로 일정을 설계한 것. 이날 노조 중집위원들은 이를 통해 총파업 주간 동안 하루 이상이라도 15만 명이 함께 싸우는 국면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올해 임단투를 통해 쟁취해야 할 핵심 요구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6월안에 단협갱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노조는 △전임자 수 및 활동 보장 △조합원 조합활동 보장 △금속노조와의 교섭권 보장 등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를 쟁취 1순위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노조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이 요구만으로 특별단체교섭 및 보충교섭(아래 특별교섭)을 펼쳐왔고 파업찬반투표 67%가결로 쟁의권까지 확보했다. 노조는 이 파업권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분수령을 이룰 5월 중순까지 실력행사를 위해 갖고 있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노조는 노동기본권을 단체협약으로 보장받기 위해 특별교섭 요구안 그대로 임단협에 ‘병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3일부터 특별교섭은 없어지고 중앙교섭과 지부집단교섭, 그리고 사업장교섭에서 이 요구를 다른 요구와 함께 다루게 된다.
15만 공동요구 쟁점화사업 시급
아울러 노조는 △금속산업최저임금 인상(월 1,076,770원) △신규채용 확대 등 고용창출 △사내하도급 제한과 사내하청 성과급 동일지급 △현행 퇴직금제도 유지 및 산별퇴직연금위원회 구성 △연 노동시간 2천7백 시간 제한 및 노동시간구좌제 등을 15만의 공동요구로 교섭한다. 이 요구들은 중앙교섭 참가사용자를 상대로 중앙교섭 테이블에서, 중앙교섭 참가 거부 사용자들과는 각 사업장교섭에서 동시에 다루게 된다. 이 요구들도 노조가 올해 따내야 한다고 대의원대회 때 결의한 핵심요구다.
또한 노조는 노조 소속 자동차업종 노동자들에게 해당하는 공동요구로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실시 △국내외 생산 비율제 도입 △원하청 불공정거래 폐지 △원하청 성과공유제 도입 △ 산업정책 논의기구 구성 등의 요구도 대의원대회 때 마련했다. 이 요구로 노조는 자동차 완성사와 부품사, 자동차공업협회, 산업자원부 등과 협의 및 교섭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5월부터 사실상의 임단투가 시작되는 만큼 각 요구를 조합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사업배치가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김영재 노조 사무처장은 “오늘(26일) 임단투 일정 얼개를 짠 만큼 매주 있을 것이 분명한 중집 회의 때마다 요구안 쟁점화 사업을 제출해 일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 계획 방해하는 암초들
이 같은 노조의 올 임단투 계획 추진에 ‘암초’는 없을까? 이기만 경기지부장은 “어느 사업장 사측의 경우 교섭 자체를 지연하여 7월 이후로 타결국면을 늦추려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염창훈 두산인프라코어 지회장도 “회사가 교섭 자체를 계속 지연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진단은 중집 위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노조가 6월안에 단협갱신 합의를 이끌어내려 하지만 사측은 개악노조법 시행일인 7월 이후로 합의를 늦추려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뜻.
김연홍 노조 기획실장은 “사측이 단협 개악안을 많이 제출해 쟁점을 흐리고 교섭도 지연하려 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노조 중집 위원들은 “이를 둘러싼 현장 노사 간의 힘겨루기가 올 임단투 계획 추진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와 동시에 중앙교섭 대오와 사실상의 기업별교섭 대오가 총파업 주간에 한 데 뭉쳐 싸우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호규 노조 부위원장은 “기업단위 지부와 지회의 집행부가 총파업 주간에 투쟁시기를 최대한 맞추려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매주 화요일 중앙교섭을 펼친다. 따라서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매주 모여 현장과 각 사측의 동향을 점검할 수 있다. 올 임단투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다. (금속노동자 ilabor(http://www.ilabo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