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독립포럼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KBS 정연주 사장의 강제 해임, 낙하산 사장의 방송사 장악, MBC PD수첩 제작진의 탄압 등 언론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을 극복하고 방송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창립총회에서는 박동영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상임대표로 선임했고, 방정배 성균관대 교수,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대표를 공동 대표로 선출했다. 운영위원으로 강상현 연세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이기욱 변호사, 신태섭 동의대 교수 등 8명을 운영위원으로 뽑았다.
방 송독립포럼은 이날 창립 선언문을 내고 “우리는 방송을 정권의 손에서 국민의 품 안으로 되찾아 오고자 한다”며 “방송에 대한 감시와 비판, 의제 왜곡과 여론 조작 및 대중동원에 대한 폭로와 항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송독립포럼은 이어 “방송이 국민을 위한 사명을 팽개치고 정권과 그 추종자들의 영달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민주적 방송장악 세력의 책동에 맞서 전심전력으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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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보 동아투위 위원은 “지금 언론들이 리바이던의 눈과 귀, 입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연 언론이 누구의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지 절실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임금에 안주했던 언론인들, 하루아침에 정치권으로 간 기자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관변 학자들, 이 세 집단이 개인적인 안위를 탐하다 방송독립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었던 집단은 반드시 응징해야 하며, 다가올 미래에 벌어질 청산 작업을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창립총회와 함께 진행된 포럼에서는 <방송장악과 민주주의 위기>를 주제로 강상현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이 ‘한국언론의 후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미디어 악법을 통한 방송구조 개편’,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이 ‘방송장악 이후 KBS 변화’ 등을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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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는 김승수 전북대 교수, 박경신 고려대 교수, 엄경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등이 참여했다.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은 한국의 언론자유가 연산군 시대까지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고 팀장은 “언론을 치적을 알리는 도구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언론인의 주된 역할을 왕의 치적을 칭송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바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과 일치한다”며 “사화를 통해 사관들을 제압한 연산군이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듯이 이명박 정부 역시 언론을 장악하고 더는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고 팀장은 이날 발제문에서 정권에 부역한 언론인 88명의 명단을 기록하고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악법 날치기로 언론에 대한 자본권력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강화시키게 된 것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미디어악법이 단기적으로 정부, 여당, 기업, 수구 신문 등 보수 진영의 이데올로기 구축에 유리할지 모르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장기적으로 자본권력이 사회 전체를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디어 기업 집중의 폐해에 대한 ‘맥체스니’의 연구를 강조했다.
1983년 미국은 약 50개의 미디어 복합기업들이 신문과 단행본, 잡지, 영화, 라디오, 케이블, 음악 등 모든 대중매체 영역을 지배한다고 우려했으나 1997년에는 10여 개 기업이 이를 주도하게 됐다. 그리도 미디어 복합기업들은 더는 창의적인 언론의 영역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인수합병을 통해 부를 창출해 내는 기업으로 변화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병순 김인규 체제 아래 KBS 보도는 권력비판과 사회감시 기능, 의제설정 기능을 거의 상실했고 급격하게 친정부적인 경향을 띠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날 2009년 9월 이후 KBS 보도를 분석한 결과 △노골화된 대통령 홍보 미화 △정부 발표 띄우기와 심층성 저하 △정부에 불리한 의제 외면 △정부 공권력에 힘을 싣는 편파 보도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비보도 분야에서도 80년대식 원전수출기념 ‘열린음악회’ 등 국민 동원형 프로그램과 경찰청과 농림수산식품부, 신세계 협찬 및 후원 등에 따른 ‘주문형’ 프로그램,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인사의 노골적인 출연과 띄워 주기를 진행했고, 윤도현, 정관용, 김제동 씨 등 정권에 밉보인 방송인들은 KBS에서 퇴출됐다고 밝혔다.
토 론에서는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감안해 KBS사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해 방송 자치를 만들자는 안과 방송이 마을의 전광판 역할을 한다는 식의 사고를 버리고 방송의 자기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위원회 구성과 제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방송사 구성원들의 의식이 법과 제도를 지키고, 국민으로부터 메아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기반성은 물론 현 정권 비판에 매몰되지 말고 언론현업인의 문제점과 자본의 언론장악 문제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미디어법의 문제점을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김학천 건국대 명예교수는 “동아일보에 있을 때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가 무서웠다”며 “당시 학생들이 동아일보 유리 창문으로 언론인들을 비판하는 유인물들을 계속 넣었고, 그런 시민의 목소리가 우리를 행동하게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