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고위관계자는 오랜 기간 일 해왔던 환경미화노동자을 해고하며 “일 못하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총장 면담 과정에서 한 직원은 연령에 따른 해고에 대해 “여기가 노인정이냐, 경로당이냐”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일은 대학측이 환경미화 노동자들을 해고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대학 총장실에서 면담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대학 사무처장 “여기가 노인정이냐 경로당이냐” 막말
▲ 환경미화노동자와 언성을 높이고 있는 대학 사무처장 |
신규 용역업체인 (주)대한안전관리공사가 들어오면서 총 32명의 환경미화노동자들 중 5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권태훈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26일 용역업체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채용인원 5명을 줄였다”면서 “해고 대상은 나이순으로 정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20명의 공공노조 서경지부 동덕여대분회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고용승계 쟁취를 위해 총장실 농성에 돌입, 총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원들은 총장과의 면담에서 “지금까지 일했던 것처럼 일을 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윤식 총장은 “나는 (노동자들의) 나이, 연령 등 인적사항을 전혀 모른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장성기 공공노조 서경지부 사무국장은 “총장님께서 책임 하에 고용보장을 하겠다고 얘기하면 나가겠다”며 해고 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했으나 총장은 “경우에 따라서 자기 몫을 못한 분은 업체에서 해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학교 측과 노조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나이순으로 해고를 감행하는 학교와 용역 측에 항의하는 한 여성노동자에게 대학 사무처장은 “업체가 바뀌면 일 못하는 사람은 나가야 하는 게 당연한거 아니냐”면서 “여기가(학교가) 노인정이냐 경로당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면담은 노조와 학교 측의 동의로 일시 중단되었으며, 김윤식 총장과 대학 사무처장 등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한편 노조원들은 총장실 문 앞을 지키며 면담 재개를 기다렸다.
김윤식 총장 “고용승계는 못해주겠다”
학교 측의 회의가 끝난 후 재개된 2차면담은, 김윤식 총장이 “고용승계는 못해주겠다”고 발언함에 따라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았다.
▲ 김윤식 총장과 노조원들의 면담 모습 |
김윤식 총장은 “총장직무대행이기 때문에 업무파악이 제대로 안됐다”면서 “가능한 용역업체측에 고용승계를 부탁할 참이지만 100%는 다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업체의 결정에 대해 학교 측에서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의 주장은 달랐다. 권태훈 조직부장은 “용역업체의 채용설명회에서 업체 측은 학교에서 노동자 인원을 줄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당연하다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장성기 사무국장은 “학교 측에서는 인력 부족에 대해 동의해, 작년에는 3명, 올해에는 2명의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노동자들은 학교의 약속 이행을 기다리며 과도한 일을 했고, 이 과정에서 업무상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업무능력 부족에 대해 일축했다. 또한 한 여성 노동자는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우리를 개처럼 부려먹고, 10년간 일했던 노동자들을 이제 와서 일 못한다고 자르려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차별, 적은 임금,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동덕여대의 환경미화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적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은 학교 직원의 ‘차별’과 ‘편애’였다.
여성노동자 A씨는 일명 ‘김반장’이라고 부르는 학교 직원의 차별을 참을 수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동덕여대는 이례적으로 환경미화노동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반장’의 역할을 학교 직원이 수행하고 있다.
A씨는 “김반장은 마음에 드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를 편애 해 왔다”면서 “ 때문에 20명의 여성 노동자 중 김반장에게 편애를 당한 8명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반장의 마음에 든 노동자들은 김반장에게 부탁해 업무 장소를 마음대로 바꾸기도 했고, 김반장은 특근이 있을 때 총애하는 노동자들만 불러 몰래 일을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반장은 총애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여사님으로 부르지만, 우리에게는 아줌마라고 부르며,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가 있으면 힘든 업무환경에 배치해 스스로 걸어나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노조를 만든 후에야 김반장을 ‘반장’자리에서 내쫒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별 이외에도, 미화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기 전까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왔으며 부당한 노동까지 역시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기 사무국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인 작년 노동자들의 임금은 80만원이었다. 이는 작년 최저임금인 84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이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총장실에서 계속적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31일 오전 11시에는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동덕여대 학교 당국 규탄, 고용승계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