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도 KTX여승무원 위장도급

법원, '철도유통 업무수행 독자성 없고 노무대행 기관 역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최승욱 부장판사)는 26일 코레일(철도공사) 자회사인 철도유통에서 해고된 KTX 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는 철도공사라고 판결했다. 철도공사와 철도유통이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위탁협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철도공사가 KTX승무원들의 업무지시와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가 직접 KTX승무원들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철도공사가 위장도급을 했다는 것으로 풀이돼 지난 7월 22일 대법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 파견 판정에 이은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단비 같은 판결이다. 철도노조는 단체협약에 지노위나 1심 판결에 승소 할 경우 복직 하라는 조항을 들어 철도공사에 단협을 준수하고 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 한가위 앞두고 서울력 대합실에서 쇠사슬을 두른 KTX승무원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번 재판은 KTX 승무원 오미선 씨등 34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법원은 ‘신청인(KTX 승무원)들이 피신청인(철도공사)에게 근로계약상의 권리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선고에서 “여승무원들이 담당한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형식적으로 철도유통이 위탁협약을 하고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신청인(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봤다. 또 “오히려 철도공사가 KTX승무원들의 노무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판결했다.

이번 철도공사 사용자성 인정은 어느 정도 예상 됐다. KTX승무원들에 대한 위장도급 판결은 이전에도 몇 번의 가처분 판결에서 나온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4월 8일 서울고등법원도 한국철도공사가 2006년 6월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낸 ‘퇴거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원심과 같이 기각하고 "KTX승무원의 사용자는 철도공사"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KTX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사용자성을 입증하기 위해 낸 자료들을 검토한 후 채용, 교육, 근태관리, 징계, 승무인력, 업무조정, 작업시간 결정, 임금수준의 결정, 인사관리 등의 시행 주체가 철도공사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승무업무를 위탁받은 철도유통도 독립성을 갖지 못한 자회사 위장도급의 형태라,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신청인(KTX승무원)들이 신청인(철도공사) 회사를 상대로 '자회사 소속 비정규직'에서 '신청인 회사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의 쟁의행위로 판단될 수 있고 그 목적의 정당성도 있다고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고법은 KTX승무원들의 쟁의행위 적법여부에 대해선 "쟁의행위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이라거나 수단 및 방법의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철도공사의 '위법'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KTX승무원들은 본격적인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2008년 12월 근로자지위인정가처분신청으로 철도공사 소속 근로자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KTX승무원들은 지난 2006년부터 투쟁에 돌입해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점거농성, 강제해산 △국회 헌정기념관 84명 점거농성, 강제연행 △ 서울역 단식농성 △서울역 고공농성 등을 전개해오며 정리해고 철폐투쟁을 해왔다.

철도노조는 이날 판결을 두고 “KTX 승무원 투쟁의 정당성은 6년전에도 그러했듯 철도공사를 제외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2006년 4월에는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도 KTX 승무원들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있었다”며 “철도공사는 끝내 노동자의 외침을 거부하고 시민사회의 양심과 상식을 거부한 채 오늘까지 6년을 넘기는 불통과 독선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철도공사 허준영사장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따라 KTX 승무원을 즉시 복귀시켜야 한다”며 “철도공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변명으로도 더 이상의 시간끌기와 편법, 기만의 대응은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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