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삼성백혈병, 업무연관성 높다”

[국감2010] 백도명 원장, “여러 발암 가능 물질 기록에서 확인”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과거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얻은 백혈병은 업무 연관성이 크다”는 증언이 나왔다. 반도체 산업 직업병 관련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만든 자문단에 참가해 직접 사업장 조사를 실시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이날 환노위 국감 참고인으로 나와 “현재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에 발암물질이 없었다는 주장은 틀린 얘기”라고 강조했다.

삼성백혈병 환자 대부분은 30여년 된 노후라인에서 발병한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백 교수 증언은 삼성백혈병 환자 산재 불승인을 내려온 근로복지공단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출처: 국회방송]

백도명 교수는 ‘자문보고서를 보면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이 10여종 있다고 돼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발암물질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냐’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는 발암물질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과거에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과거에 어떤 물질이 사용됐고 어떻게 관리됐느냐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과거에 없었다는 것은 틀린 주장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백 교수는 “과거문헌이나 생산 방식을 봤을 때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평가방식도 제한된 범위나 시간만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완전히 없다고 얘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 다른나라나 문헌, 자료, 생산 방식을 판단했을 때 노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도 업무상 질병을 산업현장에서 발생요인을 넓게 본다”고 지적하자 백 교수는 “직업성 암 판정은 명백한 인과관계가 아니더라도 과거 노출 가능성이 있었다는 근거가 있으면 인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보통 산업의학 전문의의 판단 방식이다. 삼성도 반도체 공정에서 여러 (발암 가능) 물질 등이 사용 됐거나 몇 년 전에 세척과정에 있었다는 것은 기록이나 다른 것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명확한 자연과학적 인과관계 물으면 현대 과학으론 입증 어려워

이렇게 충분히 발암 가능성이 있는데도 산재 불승인이 나는 이유도 도마에 올랐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자문 교수들에게 현재 의학으로 규명이 어려운 명확한 과학적 인과관계를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명확히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을 물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불리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 공단이 교수님께 자문을 구할 때 산업안전보건법에 나와 있는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느냐를 묻느냐,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를 묻느냐”고 물었다. 자연과학적 인과 관계는 과학적 증명을 해야 하지만 법에 명시된 상당한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100% 증명이 안 되도 근로자에 유리하게 산재를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법의 정신은 인과관계를 묻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백 교수는 “처음 사례를 물을 때 많은 경우 자연과학적 인과를 묻는 것 같다”고 돌려 대답했다. 손 의원이 재차 ‘자연과학적 인과관계 물었던 것이죠?’라고 묻자 “자신이 없는 사례일 경우 묻는자나 대답을 하는 자나 자연과학적 인과를 묻는다”고 대답했다.

손범규 의원은 “공단이 자꾸 교수님께 자연과학적 인과 관계만 물으니 의사나 박사들은 자신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백 교수는 “많은 부분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현대 의학이나 과학으로 명확하게 업무연관성을 규명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연관성은 있다는 말이다.

손 의원이 재차 “특히 삼성처럼 막강한 조직력, 자금력, 권력을 가진 대상인 경우 일박적인 경우와 달리 더욱 조사가 부정확하거나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없고, 조사가 어려울 수 있죠?”라고 묻자 “큰 기업일수록 외부 연구자가 들어가 파악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되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려고 했는데, 현장에서 걱정이나 문제점 등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의 “삼성 반도체서 돌아가신 분들이 작업장에서 근무한 것 때문에 돌아가셨냐”는 질문엔 백 교수는 “적어도 일반사람과 비교했을 때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게 사망자들이 특정 질병이 있더라 하는 경우 그 자체로 직무관련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재차 답했다.

반면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저희에게 온 역학조사 통보 자료는 연관성이 낮다고 단정해서 온 것은 아니나 유해물질과 실제 질병에 연관관계 낮다는 결론이 다수였기 때문에 질병판정위원회에서 그렇게 결론 내렸다”고 대답했다.

조해진 의원은 “법정으로 가야할 정도고, 가장 전문적인 의학계 역학조사로도 판명 안되는 경우 그 사업장 근무기간 중에 발생했으면 사업장에서 인과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역학조사 방식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의원은 “피해자가 집중된 곳은 노후라인 문제인데 노후라인 일했던 사람과 일반인 발병률 비교해야 하는데 다른 반도체 업체까지 섞어 일반인과 비교하면 통계의 유의미성을 찾을 수 있느냐. 통계의 유의미성을 안 드러나게 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산안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방식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경 의원은 “직업성 백혈병 연구 소위원회를 환노위 차원에서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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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바퀴

    참 어려운 발언을 하셨네요.
    기가막힌 세상입니다.
    진실조차 얘기하기 어려운 세상.
    개인적으로 죽을때까지 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생각입니다.
    물론 그를 대체할 제품도 독점자본의 제품이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삼성반도체와 태안기름 유출사고 등에서 보여지는 삼성의 모습에 분노가 느껴집니다.